나는 용산이 좋다
멀고도 가까운 곳. 용산어린이정원.
대한민국에 있어서 ‘서울’이 갖는 의미만큼, 서울에 있어서 ‘용산’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경제 및 교통 문화의 중심지 용산. 때문에 우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 용산’이라고 말한다. 그런 용산에 116년 동안 국민의 발길이 끊겼던 금단의 땅이 있다. 용산기지이다. 국가 방위의 역할을 마친 243만㎡(80만 평)의 땅과 역사의 현장은 이제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용산공원과 용산어린이정원이다. 오늘은 그중 용산어린이정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반환 땅 일부를 용산어린이정원(이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조성 및 임시개방하게 되면서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지난 역사를 기억하는 ‘문화의 공간’, 서로의 생각이 어우러지는 ‘소통의 공간’, 국민이 만들어가는 ‘미래의 공간’이라고 소개하는 만큼 정원 내부에는 홍보관과 기록관, 카페와 서가, 마당과 놀이터 등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이루고 있다.
언제나 열려있으며,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지만, 바쁜 일상에 방문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예약 없이 방문했다가는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군기지가 단계적으로 반환되는 상황에서 군사(보안) 시설과 인접하는 등의 지리적 특성을 이유로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당일 현장방문 시 90분 이내 확인절차 후 입장) 그럼에도 도심 속 대규모 자연 녹지공간을 통해 많은 국민이 체험, 휴식,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기분 좋은 방문, 휴식을 위해 ‘사전예약’과 ‘신분증’은 필수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신용산역에서 내려 아모레퍼시픽과 용산우체국 사이로 이어진 길을 쭉 따라 걸으면 ‘주출입구’가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면 머지않아 ‘종합안내센터’가 보인다. 건물 안에는 게이트의 출입을 통제하는 담당자들이 입장을 돕고 있다. 안내에 따라 사전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신분증과 소지품을 검사한다. 안내원의 친절한 목소리와 표정과 달리 안전을 위해 실시하는 검사 절차는 철저하다. 이곳 이름이 어린이정원인 만큼 처음 접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마저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렇게 들어선 정원은 잊혀진 116년의 역사가 무색하게도 반듯한 도로, 이국적인 건물, 푸르른 녹색 잔디로 가득하다. 특히, 긴 도로를 따라 형성된 가로수와 넓은 잔디마당은 도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휴식을 만끽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정원에는 삼삼오오 함께 산책하는 어르신. 어린아이와 잔디를 누비는 부부. 정원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견학 온 어린이집 원생. 다양한 이유로 방문한 다양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정원 안 서가와 카페라고 해서 결코 수가 적지 않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는 시민들과 직장인들로 자리가 만석이다. (12:00 ~ 13:00)
8월의 오후, 강한 태양볕은 습기가 더해져 방문객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카페 어울림’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는 바테이블에 앉았다. 시원하게 트인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장교숙소’가 이국적이다. 주문 카운터와 출입구가 가까운 테이블 위치 덕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이날 정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넓은 잔디정원을 마음껏 걸어서 좋다”, “외국 여행을 온 느낌이라 좋다”라는 등 카페 내부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따라 시원스러운 말들이 오간다.
* 정원 내부 카페는 총 2곳. 카페 어울림과 잼잼카페가 있다.
충분한 휴식으로 충전한 체력만큼, 가져온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담는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카메라 렌즈는 70mm 이하만 소지 가능하며, 군사시설 등 보안상 통제된 시설물은 촬영이 제한된다. 특히, 개인 소장을 위한 촬영에는 큰 제약이 없지만, 화보 및 보도 등 공식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촬영허가’를 필요로 한다. 반환부지 임시개방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서기 위한 정부의 노력만큼, 이를 누리는 국민과 시민들이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정원 시설관리 및 관람객 안전 등을 위해 근무 중인 요원과 관람객이 사진에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자.
‘분수정원’과 ‘상상 놀이터’까지 다다르면 이제는 되돌아갈 시간이다.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전망언덕’을 통해서 오자. 이곳에선 정원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대통령실과 국방부, 국립중앙박물관 등 용산 도심의 주요 시설을 조망할 수 있다. 언덕 정상에서부터 구불진 길을 따라 조성된 꽃밭을 지나 다시금 ‘잔디마당’으로 내려온다. 마지막으로 ‘전시관’을 들러보자. 현재는 ‘온기를 전하는 라이팅 미디어 아트 전시, 온화(溫火)’가 전시 중에 있다. 많은 이들이 정원을 찾는 이유가 ‘이 전시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암막의 공간에서 전통 창호 모형을 통해 비치는 빛은 작품에 대한 몰입과 함께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기념사진도 잊지 말자.
아쉬움을 뒤로하고 종합안내센터에서 안내를 받아 게이트를 빠져나온다. 큰 부지는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즐기는가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산책을 위한 방문이라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겠지만, 역사의 현장을 눈과 마음 안에 충분히 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공간을 즐기는 것만으로 아쉽다고 생각하는가? 즐거운 소식을 하나 더 전하고자 한다. 9월은 추석 프로그램 ‘한가위 맞이 전통마중’,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 ‘용산 軍 문화 Festa’와 같은 다양한 체험과 행사로 가득하다. 이처럼, 국민과 가까워지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국민의 곁으로 ‘더 가까이, 함께 만들어가는 용산어린이정원’은 지난해 5월에 개관하여 이제 2년째를 나아가고 있다. ‘임시개방’이라는 문구는 언제든지 우리 곁을 떠날 것 같은 아쉬움이 묻어난다. 이 역사의 현장이 지나간 역사의 아쉬움이 되지 않도록, 우리 곁에 다가온 대한민국의 역사, 서울의 역사, 용산구의 역사로써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때문에 더욱 나는 국민에게 그리고 용산 시민에게 추천한다. 먼 역사의 현장에서 더 가까운 우리(용산)의 곁으로 다가온 ‘문화적 명소’ 용산어린이정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