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옷을 갈아입을 때 배를 벅벅 긁게 되었다. 배가 나와서 볼록 튀어나온 배꼽 양 옆이 발갛게 될 만큼 긁고 있는 나를 보며 남편은 연신 웃었다. 그때는 간지러운 정도였는데 주수가 지날수록 풍선처럼 배가 점점 부풀더니 해리포터의 이마에 있는 번개 모양 흉터 같은 것이 배꼽 아래에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나, 그리고 둘, 지금은 가뭄이 든 것처럼 아랫배 피부가 건조하게 쩍쩍 갈라져있다. 오일을 바르지 않으면 무척이나 따갑고 옷이 쓸릴 때마다 아프기도 하다.
행복이가 자라면서 튼살이 생긴 것이다. 고3 때 친구들과 매점 가서 초코빵이랑 피자빵 먹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튼살이라는 것이 생겼다. 고3 때의 튼살은 귀여운 수준일 정도로 따갑고 아프다. 이제는 만삭이라 내려다보아도 배꼽 아래 튼살 흉터가 잘 보이지 않아서 거울에 비쳐봐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남편이 자기 전에 튼살 오일을 대신 발라주고는 한다. 남편의 손이 닿으면 꽤 아프고 간지럽고 따갑다. 그래도 입술 꼭 깨물고 참는다. 행복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표시니까 괜찮다. 어제는 남편과 함께 튼살 흉터를 보며 영광의 상처라며 허허 웃었다.
행복이를 임신하고 나서 많은 것들을 얻었지만 그중에 하나는 내 안에 꽤 견고한 마음이 있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앞으로 찾아 올 출산의 진통에 비하면 튼살의 따가움 쯤이야 귀여운 수준이겠지만, 누군가를 위해 아픔을 참아내고 그리고 오히려 잘 자라고 있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멋지다. 그리고 자기 배의 흉터가 안 보이는 만삭 임산부를 위해서 오일을 발라주는 남편의 손길도 참 좋다.
나중에 행복이와 같이 목욕할 때 여기 이 흉터는 행복이가 무럭무럭 잘 자라서 생긴 거라고 같이 웃으면서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