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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Jun 01. 2024

행복이와 보름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퇴근한 오후. 이상하리만치 몸이 무겁고 잠이 쏟아졌다. 몸에 열감도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직감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퇴근길에 약국에 들러 임신 테스트기를 사 왔다. 결과는 선명한 두 줄. 이전에 계류유산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마음이 이전만큼 들뜨지는 않았다. 오히려 차분했다. 남편과 짧은 통화를 했다. 남편도 차분히, 몸과 마음을 편하게 갖자고 했다.


  그날 새벽, 문득 잠이 깨었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우리에게 찾아온 이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 작고 따뜻한 손을 잡아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자연적인 일은 내가 어찌할 바가 없는 것이라 마음이 답답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남편이 잠이 깨지 않게 조용히 일어나 앉아 창가를 바라보았다. 노오랗고 둥근달이 떠있었다. 가로등을 켜 놓은 것처럼 환하게 밝았다. 한참을 둥근달을 바라보았다. 달을 보면서 행복이를 떠올렸다. 마음이 뭉클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잘 있을게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제 남편과 공원을 걸으며 올려다보니 초승달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제 10일 정도 지나면 다시 보름달이 뜰 것이다. 행복이가 준비하고 있는 생일날은 언제일까,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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