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자연주의 출산 하셨나요? 1편
내가 자연주의 출산을 결심한 이유
자연주의 출산을 접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행복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 나서 어느 산부인과를 가야 하나 물색하던 중에 친정 엄마가 근무하시는 같은 재단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고, 마침 담당의사 선생님이 자연주의출산 전문이었다. 무통도 안 하고, 촉진제도 안 쓰고, 회음부 절개도 안 하고, 의료적 개입을 최소한으로 한 출산 방법이라던데. 임신 초기의 나는 솔직히 자연주의 출산이고 뭐고 내가 덜 아픈 방법으로 낳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이었다.
임신 중기에 접어들어 태동이 느껴지자 아기를 만날 날이 다가옴이 느껴졌다. 자연주의 출산이 뭔지 궁금해져서 이런저런 책과 유튜브를 찾아봤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자연주의 출산의 장점도 장점이지만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자연분만의 단점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자연분만 과정에 으레 사용되는 촉진제는 병원 근무시간 내 분만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보통 자연스러운 출산은 옥시토신 분비량이 많아지는 새벽에 이루어진다), 1명의 산모와 아기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병원 시스템과 연관이 있었다.
촉진제는 자궁수축을 유도하는 합성 옥시토신을 산모에게 투입하는 것인데, 촉진제를 쓰면 자연적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될 때보다 과도하게 자궁수축이 일어나서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산모는 진통이 거세져서 무통주사를 맞아야지만 버틸 수 있게 되고, 거센 자궁수축 때문에 아기 심박수가 떨어질 수 있으니 산모가 태동검사 기계를 부착한 채로 꼼짝없이 누워 진통을 해야 한다.
또 무통주사의 정체는 마약성 진통제이며, 무통주사를 맞고 세상으로 나온 아기는 그렇지 않은 아기에 비해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젖을 빠는 반사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도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한다. 아기도 약에 취해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마지막 힘주기를 할 때 무통주사 약발이 떨어지면 다행이지만, 약발이 떨어지지 않아 하반신에 감각이 없을 경우 아기가 밀고 내려오는 진통을 느낄 수 없어서 타이밍에 맞춰 힘을 주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럼 아기는 혼자서 고군분투를 하게 되는 셈이 된다. 또 힘주기할 때 힘조절을 할 수 없게 되어 회음부가 과도하게 찢어지기도 한다.
가장 마음에 걸린 부분은 출산하는 환경이었다. 환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진통을 하다가, 또 하얀 분만실로 옮겨서 다리를 고정시킨 채로 힘주기를 하는 모습. 아기가 태어나면 잠시 인사를 하고 얼마 안 가 신생아실로 엄마와 아기가 이별해야 하는 환경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 가족이 새로 탄생하는 순간인 만큼 남편과 함께, 힘든 여정을 버텨 우리를 찾아와 준 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낯선 세상에 와서 혼란스러울 아기에게 나와 남편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자연주의 출산을 하기로 결정했고, 산달까지 남편과 부지런하게 자연주의 출산 교육도 받았다. 그런데 역시 출산이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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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