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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Feb 13. 2024

엄마가 되어 간다는 무게감

계류유산 그 이후, 행복이가 찾아왔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데 배가 묵직했다. 밥을 많이 먹었나? 하고 배에 손을 얹어보니, 어라 익숙하지 않다. 내 배가 이만큼이나 나왔었나 싶다. 5개월차에 접어드니 하루가 다르게 배가 나온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똥배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임산부 티가 난다.


   배가 무거워지니 이전에 몰랐던 애로사항들이 생겼다. 그 중에 제일은 몇 번이고 잠이 깨는 것이다. 잠자리가 바뀌어도 머리 대고 10분이면 자는 나인데 요즘은 적어도 세번은 잠에서 깨곤 했다. 천장을 보고 자면 배가 무거워 나도 모르게 깨고, 옆으로 돌아 누워서 자면 배기는 느낌에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한 쪽 목줄기가 당기는 일이 잦아졌다.


  걸음 걸이도 느려졌다. 출퇴근 버스를 놓칠까봐, 깜빡이는 횡단보도에 건너려고 몇 번 뛰어갔다가 아릿하게 배가 당겨오는 것을 느낀 후로는 웬만하면 걷는다. 느릿느릿. 배가 무거우니 임신전보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고 균형을 잡으려다보니 자연스레 걸음걸이가 느려졌다. 임산부가 되기 전에는 임산부들의 걸음걸이가 왠지 둔해보인다고 느꼈는데 그건 둔한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계단도 성큼성큼 2개씩 오르던 내가 이렇게 뒤뚱뒤뚱 느림보 걸음이 되다니.


  샤워를 하려고 거울 앞에 서서 낯설어진 내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꽤 잘록했던 허리라인도 이제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대신 둥그런 달덩이 같이 배가 떡하니. 배를 쓰다듬으니 뱃속의 행복이가 톡톡 신호를 보낸다. 몇 번이고 잠을 깨우는, 느릿느릿 느림보로 만드는 배의 무게. 앞으로 몇 배는 무거워질 무게. 엄마가 되어간다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이 무게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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