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지재 Jan 04. 2022

설악산 이야기 3 - ㅋㅋ니들이 사업을 한다고? 1



앞서 얘기했듯이 저는 돈만 쫓아가면 마음부터 불행해집니다. 게다가 제가 떠올리는 일은 다 돈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뿐이라서 돈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다른 일을 통해 따로 벌고자 하니, 그 일에 자원 투입을 100퍼센트 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사업이 아니라 부업 수준으로 전락하게 되었던 것. 이것이 제 지난 대부분의 시도가 결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즉, 저는 제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러한 시도를 통해 동시에 수익까지 창출해야만 하는 것이죠. 그래야만 일과 소득의 원천이 분리되지 않기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게 됩니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 김수영)



그런데 구하고자 하면 열린다고, 저는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라는 개념을 알게 됩니다. 이는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국가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 회사를 말합니다. 말하자면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팔겠다는 것입니다. 현대가 3세 정경선 씨가 이러한 뜻을 가지고 서울 성수동에 소셜 벤처 클러스터 등 지원 및 투자 인프라를 이미 구축해 두셨더라고요. 덕분에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계셨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다듬어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하거나, 성수동으로 진출하기 위해 설악산에 모이기로 했던 것입니다.



이야기는 다시 ‘파일럿을 꿈꾸던 선장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저는 이 분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숨이 붙어있는 그 누구라도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꿈이란,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정녕 누군가를 진정으로 살아있게 만드는 무언가 임을 증명하는 것. 이를 이뤄냈을 때 온 세상을 감동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책의 출간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항공학교 교육비를 마련하는 것이 어떠신 지 제안해보았습니다. 스토리텔링과 펀딩 리워드만 적절히 짠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외국의 어떤 사람은 요트로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고 펀딩을 하고서는, ‘얼마를 내면 요트에 당신의 이름을 새겨주겠다’라는 식의 리워드로도 모금을 성공하기도 했으니까요. 생각보다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고 그 실현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은 사람들에게도 값진 경험으로 와닿는가 봅니다.



그러나 선장님께서 자신이 없으셨고, 저 또한 확신 있게 밀어 부칠 수 없었습니다. 따져보면 내 일이 아니라 남의 일인데, 이를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 설득력 있는 펀딩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막연했거든요. ‘어려운 사람도 많은데 사지 멀쩡한 양반을 왜 우리가 도와야 해?’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어요. 스토리텔링도 어떻게든 짜내면 되기야 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감성 팔이밖에 안 될 것 같았고요. 당위가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항공학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어요. 관련 정보를 제가 찾아보고 적절한 리워드를 구성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것을 저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딘가에 분명 있을 테니 그가 도와주면 참 수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프로젝트를 도움 없이 혼자서 어찌어찌 마치더라도, 다음 프로젝트의 다른 사람의 다른 꿈을 또다시 저 혼자 진행하는 식으로는 지속적으로 펀딩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기도 했고요.



마케팅 역량 또한 관건이었습니다. 인지도 있는 사람의 펀딩도 될까 말까인데, 완전히 무명인 누군가의 꿈을 이루어 준다고 하면 사람들이 사이트로 찾아 들어올까요? 보나 마나 관심도 없겠지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자가 분명히 있고, 사회복지사 등 그들을 도와주려는 자 또한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들이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해도 마케팅 역량 부재로 인해 결국 어떤 것도 쉽게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이들을 한데 모아 무언가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만한 일을 벌여볼 수는 없을까.



자료를 찾다가, 문득 이 모든 고민을 만족시킬 만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4부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설악산 이야기 2 - 실패의 역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