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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재 Jan 04. 2022

설악산 이야기 4 - ㅋㅋ 니들이 사업을 한다고? 2


저는 도움이 필요한 자와 도움 주려는 자를 매칭 해서 협력하게 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비즈니스를 떠올렸습니다. 펀딩 달성 시 플랫폼이 가져가는 중개 수수료 수익을 도움 주려는 자들에게 일정 부분 분배합니다. 이러한 경제적 유인을 통해 선한 의도가 없는 자에게도 저절로 선한 행동을 유도합니다. 도움을 주는 자는 수수료 수익을 위해 펀딩의 성공에 적극 가담하게 되겠죠. 홍보 또한 ‘쿠팡 파트너스’처럼 경제적 유인을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펀딩의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이 세상을 지속적으로 떠돌게 됩니다.



즉 크라우드 소싱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대중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제휴 마케팅과 네트워크 마케팅 개념을 접목하여 홍보 문제 또한 경제적 유인을 통해 자동화하여 해결하겠다는 것, 이것이 제가 떠올린 아이디어였습니다. 기존에 있던 개념을 짜깁기한 것이라 개발자만 구한다면 실현 가능성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비즈니스는 일정 회원이 모일 때까지 ‘존버’ 해야만 합니다. 수익 구조가 암만 생각해봐도 ‘수수료’, ‘광고수익’ 이렇게 두 가지 정도일 텐데 둘 다 충분한 회원이 모여야만 수익이 발생하거든요. 그런데 우리에겐 존버 할 자금이 없었습니다. 이런 일에 기꺼이 투자할 투자자도 드물 것이고요.



그러면 사업 자체를 론칭하는 것이 수월한가? 그것도 아닙니다.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법인을 설립하고 제반 비용을 충당, 이후 연구개발(R&D) 지원사업에 재차 지원하여 개발비를 지원받아야만 이 사업이 간신히 이뤄질 텐데요. 우리가 그 두 번의 지원사업에 선정될 만한 역량과 식견을 갖췄는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무엇도 장담할 수 없고 오히려 떨어질 확률이 ‘극도로 높은’ 상황이었죠.



그러면 사업을 론칭하면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가? 론칭하기 전에 이미 ‘팔려 있어야’ 합니다. 즉 사전 마케팅이 되어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론칭 이후 부리나케 마케팅 비용으로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붓게 될 것이 누가 봐도 뻔하겠지요. 론칭 이후에 들어가게 될 각종 고정비는 그대로 지출하면서 마케팅이 효과를 보기까지 한동안 파리만 날리겠죠.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대상자들의 의견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저들이 진짜 원하는 서비스가 맞을까? 이 플랫폼이 얼마큼의 도움을 줄 것인가? 이러한 일은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한 확신이 없었어요. 그저 책상에서 짱구 굴려서 급조된 아이디어라는 얘기였죠. 우리가 이것을 해내기 위한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저의 현실적인 판단이었습니다.



함께 지내는 친구들이 역량이 부족한 친구들은 아닙니다. 영화를 전공한 친구는 영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연출 및 제작 경험이 있고, 천성이 아이디어 뱅크라서 창의성이 대단합니다. 문예창작 및 철학을 전공한 친구는 현재 개인 앨범을 제작 중일 정도로 수준급 래퍼이고요. 두 친구는 공간을 대관하여 자신들의 메시지를 담은 문화 행사를 직접 기획, 실행하기도 했었지요. 무엇보다 가치관이 훌륭합니다. 세상이 더욱 공정해져야 한다는 믿음이 확고하고, 시선이 항상 낮은 곳을 향해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관과 신념은 어디서 책 몇 자 본다고 단숨에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런 와중에 경제 바보면 좀 어떤가요? 별은 쳐다보지도 않고 별이라고 글씨만 쓰는 부류의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요. 돈만 좇지 않고 본질부터 쳐다보니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기도 했고요. 지식이야 앞으로 노력해서 채워 나가면 되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큰돈이 오가는 게 사업인데 이대로 가면 실패할 게 뻔했어요. 저 혼자일 때는 실패가 그다지 두렵지는 않습니다만, 저를 믿고 기꺼이 찾아와 준 이 친구들에게는 그런 리스크를 짊어지게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조금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능력은 골방에 틀어박혀 커피나 홀짝 대면서 사업 계획서 억지로 짜내는 것보다 직접 필드로 나가 의미 있는 판을 한바탕 신명 나게 벌이는 것에 당장은 더 적합해 보인다. ‘시장조사 + 현금흐름 창출 + 사전 마케팅 + 아이디어에 대한 자기 확신 + 역량을 강화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보는 게 어떻겠니? 그러한 여정을 지나고 나면 아이디어가 더 심화되거나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니?”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유재석 프로젝트였습니다.


(5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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