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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재 Jan 04. 2022

설악산 이야기 5 - 유재석 프로젝트 1

생텍쥐페리는 누군가에게 뗏목을 만들게 하고 싶거든 뗏목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바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먼저 불러일으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무언가 큰 일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마음속에 깊은 정서적 충동부터 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으로 느끼고 나면 누가 때려죽인다고 해도 그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일단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우리 세 명이 같은 정서적 충동을 공유하길 원했거든요. 먼저 노숙인, 소년소녀가장 등 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만나고, 이후 사회복지사 등 그들을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여정을 유튜브, 브런치 등으로 콘텐츠화 하여 세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종국에는 이 여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개봉한다. 이것이 우리의 계획이었습니다. 전 세계를 돌며 365일 간 365명의 꿈을 인터뷰한 김수영 작가의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이동진 파일럿의 <I am a pilot> 등 레퍼런스도 많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역량에 비춰보아도 이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었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여정을 관통해서 묶어낼 하나의 중심축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100명의 인터뷰를 촬영해서 합쳐 놓은 영화를 사람들이 무슨 재미로 보겠어요. 그러한 고민 끝에 앞서 언급했던 ‘유재석 프로젝트’가 나왔던 것입니다.



어느 날 식사하던 도중 <친구의 친구>라는 잡지를 떠올렸습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사람도 6단계만 거치면 연결된다는 ‘케빈 베이컨의 6단계 이론’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독립출판 잡지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의 소개로 2번째 사람을 만나고, 이런 식으로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6명 정도의 사람을 릴레이로 인터뷰하고 그 결과물을 유튜브, 브런치에 게재, 이후 이 결과물을 출간까지 하는 신박한 프로젝트였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일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거리의 사람들과 지금의 내가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째서 우리는 다른 영혼을 가지게 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순례길 함부로 가지 마세요..) 직장을 잃거나, 큰 질병과 사고로 인해 누구라도 가진 것을 모두 잃고 한 순간에 거리의 삶으로 전락할 수 있지만, 그때 우리를 품어줄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또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도 문제였습니다. 저 또한 ‘노숙인을 무조건 도와야 한다!’고 외치는 게 아닙니다. 서울역에서 담배 한 대를 요청하는 분들께 담배를 꺼내 드리면, 꼭 한 대를 더 달라고 하세요. 그럴 때 저도 불쾌하거든요. 대낮부터 취해서 소리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시는 분들 보면 당연히 눈살이 찌푸려지고요. 그런 분들을 보며 사람들은 거리의 사람들을 갱생 불가능한 존재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분들도 분명히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는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 그 생각이 우리가 지금 달려 나가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거리의 사람들과 거리 바깥의 사람들이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1. 먼저 사람들이 유재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다.


2. 거리의 사람들을 충분한 표본에 도달할 때까지 인터뷰한다.


3. 그중 유재석의 특성과 유사한 사람을 발굴한다.


4. 그 사람으로부터 6단계를 거쳐 유 퀴즈에 입성한다.


5. 여정 중에 느낀 점을 유퀴즈에서 이야기한다.


6. 이 과정을 유튜브, 브런치,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



모두가 좋아하는 유재석 씨와, 모두가 혐오하는 거리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여러 콘텐츠를 통해 현금흐름 창출이 될 것이고 우리 개인의 역량 강화도 자연스레 이루어지겠죠. 혹시나 6단계가 아니라 60단계를 거쳐서도 못 만나게 될 지라도, 실패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었고요. 환상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만 좋아하면 안 되니까 일단 각자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댓글과 디엠으로 팩폭 꽂아주세요!)


(6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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