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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재 Feb 09. 2022

5. 의사와 혁명가, 그리고 책팔이

<내가 유디티가 된 이유> 100만 부 프로젝트



2022.02.08. 일지

1) 어제 오프라인 판매 부수는 0권이었지만, 온라인 판매 실적이 유의미하게 올랐다. 일일 판매량이 대여섯 권 이상 올랐다. 일단 백여 명 이상의 청중에게 '노출도' 자체가 높았다. 그 순간 매력적으로 설득하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들이 부끄러움 때문에 다가와서 사인본을 구매하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구매했던 것이다. 노출도 자체를 늘리는 것은 그 어떤 전략보다 시급하다.


2) 가격에 대한 심리 저항성을 깨는 것이 우리가 처한 세일즈 상황에서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돈 내라고 하면 나 같아도 거부한다. 어떻게 그것을 깰 것인가? 우리 생각으로는 '후결제' 방식밖에는 없다. 구매 후 불만족 시 100퍼센트 환불 정책을 넘어서서, 아예 먼저 읽게 하고 마음에 들었으면 결제하라는 방식. 브런치에 올린 지난 글을 보고 후배가 아이디어를 주었다.


아래 아이디어가 주력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일종의 사회적 실험 격으로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게까지 파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컨텐츠에 대한 확신과 대중의 반응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내 자신감은 지금까지 내 책을 읽은 독자님들께서 적어주신 후기와 보내주신 반응으로부터 나왔다.


3) 인천, 부천, 서울 지역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중

그러나 타 지역은 지역 거주민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곳은 어떤 식으로 신청 할 것인가? 일단 지인 통해 진행. 전국 각 도서관 목록을 엑셀링하고 신청 여부 표시할 것.



4) 교정시설, 군 부대 희망도서 신청

- 법무부를 통해 교정시설 접촉중

- 군부대 국방부 민원 및 내부 루트를 통해 접촉 시도중


5) 필드 접촉 - 신도림, 문래 지역 카페 사장님들 위주로 2~30군데 접선.

-> 더 접촉량을 늘릴 만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당분간은 카페 사장님들 위주로 접촉.


6) 스마트스토어 상세 페이지 수정중.


7) 파주 헤이리 마을 주말 플리마켓 입점 완료. 2.12~13 (토,일) 파주 헤이리 마을 <내가 유디티가 된 이유> 입점하여 직접 판매 예정.





8)


내 책의 독자님이시기도 한 UDT 선배님 부부 내외분께서 자신들의 식당에 초대해주셨다. 덕분에 오늘 프로젝트 일정을 일찍 파하고 압구정으로 향했다. 선후배간의 만남이 아니라 한 명의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간의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따뜻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은 나의 모든 출판 여정을 낱낱이 알고 있었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주고 있었다. 사업을 하는 분들이라 철저히 사업적인 방향에서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까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계셨다.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얘기를 들려주셨다. 또한 그러한 방향에서의 조언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봐 단어를 신중히 솎아내어 말씀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나의 삶 전체를 담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 책에 가장 적합한 판매 방법은 직접 대면 판매 혹은 적어도 사람들과의 직간접적인 접촉을 늘려나가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첫날 판매에서 직접 판매에 실패했고, 이러한 방향성의 한계를 느낀 우리 프로젝트 팀은 다음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었다.


형수님께서 우리를 보자마자 하신 말씀은 "판매를 너무 우아하게 하려고 해요."였다. 오히려 너무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 아닌가 싶었는데 우아? 그런데 그 말은 자본주의적인 냄새가 전혀 안 난다는 뜻이었다. 가치관과 신념과 이상주의적인 방향성이 좋기야 좋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몸을 사리지 말고 가용한 모든 전략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선배님과 형수님의 조언은 일단 어떤 수를 써서라도 판매 부수를 늘리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UDT 마케팅이 당장에 판매량을 급격히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니 이를 활용하여 먼저 책이 충분히 퍼지게 하고 이후 진정성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깊이 있는 진정성을 지니고 있으니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얕게 느껴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이셨다.


크라우드 펀딩을 앵콜 펀딩을 한다든지, 인스타그램 카드뉴스를 발행한다든지, 그 외 들려주신 여러 마케팅 사례들을 비롯한 조언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실전 경험에서 나오는 애정어린 조언이었다. 신박했고, 매력적이었으며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나는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자문했다.

사업가인가. 예술가인가. 혁명가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인가.

 

'나는 누구냐'는 피할 수 없는 물음은 언제나 숙명처럼 나에게 기로를 마주하게 한다.

그 물음을 피하고 외면하고 싶어도 내 모든 삶의 방향성은 그 질문에 대한 내 나름의 잠정 답안으로부터 출발되곤 했다.


결국 내가 걷는 이 모든 여정은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는 앞길이 보장된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민중을 위한 혁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쿠바 상륙작전을 감행하던 도중 정부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목과 옆구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총탄이 빗발치는 위급한 상황에서 그는 눈 앞에 놓인 탄약 상자와 구급 상자 중 단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다.


그 순간 체는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나는 의사인가, 혁명가인가?"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탄약 상자를 집어들었다.




나는 사업가인가. 예술가인가. 시인인가. 철학자인가. 작가인가. 사회운동가인가.

나는 어떤 상자를 고를 것인가.


"자본과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한 개인의 진정성 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스스로 던진 이 메시지를 눈 앞에 두고 곰곰이 생각해볼 때, 나는 아마 혁명가에 제일 가까운 것 같다.


이 프로젝트는, 즉 무명의 책을 100만 부를 팔겠다고 나서는 작업은 쉽게 시도된 적이 없다. 그리고 이 계획을 끝까지 밀어부치려는 사람도 드물다. 안 팔리면 안 팔리는 거지, 출판 시장은 끝난 거지 라고 생각하는 습관적 무기력에 대부분의 작가들과 출판계 관계자들은 빠져있다. 살아남는 것은 자본력을 가진 거대 출판사, 티켓파워를 얻어낸 기성 유명 작가들밖에는 없다. 무명은 영원히 무명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패배주의. 나는 이것을 깨야 한다. 본질로, 사건의 정 중앙으로 힘있게 치고 들어가야 한다.


기성 육법전서를 기준으로 하고

혁명을 바라는 자는 바보다

혁명이란

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

불쌍한 백성들아


...혁명의 육법전서는 '혁명'밖에는 없으니까.


- 김수영 <육법전서와 혁명> 중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혁명이라면 그 방법 또한 혁명적이어야 한다. 여기서 혁명은 완전히 새로운 방법,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을 말하지는 않는다. 나의 방법적 혁명은 하고자 하는 일의 본질에 어긋나지 않는 방법을 흔들림 없이 쓰는 것을 말한다.


판매 부수의 증대가 너무나 시급하다. 팀 회의에서도 이 사안의 시급성을 매 순간 느끼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매 순간 나온다. 미니북 제작이라든지, 굿즈 제작이라든지, 앵콜 펀딩이라든지. 그러나 전부 돈을 들이는 방식이다. 매출을 당장 내야만 자금의 여력이 생기고 우리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계속 밀어부친다. 판매 부수를 급진적으로 증진시키지 못하면 우리의 프로젝트는 죽는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정체성을 타협할 수는 없다. 무명의 상태를, 자본력이 없는 상태를 원망할 수는 없다. 이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끝없이 강구해야 한다. 우리의 행보는 그 자체로 메시지다. 방법을 강구하려는 모습 자체가 이미 내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매 순간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어렵다. 그러나 가능성이 0은 아니다. 0의 가능성은 아무리 밀어부쳐도 영원히 0이다. 가능성이 0.1이 있다면, 1000번을 밀어부치면 된다. 0.01이 있다면 10000번을 밀어부치면 된다. 0.00000000000000001이라도 있다면, 그 방법을 죽을 때까지 밀어부치면 된다.


선배님, 형수님께서 전해주신 조언이 우리에게 큰 힌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 UDT를 살려서 나아가든, 홍지재 자체를 살려서 나아가든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을 것이며, 당장은 무명의 홍지재보다 UDT를 살리는 것이 판매 부수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날카로운 상황 분석에 혀를 내둘렀고 진지하게 고민해주신 흔적이 느껴져서 감사했다.


그러나 나는 홍지재 자체를 밀기로 했다. UDT를 내세워서 성공하면 그것은 홍지재의 성공이 아니라 UDT의 성공인 것이다. 목표 달성이 느리고, 실패의 가능성이 몹시 높지만 이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방식으로 성공해야만 훗날 성공으로 향해 나아가는 유일한 길은 자기 자신의 삶을 온몸으로 담대히 밀고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책을 읽은 자들이  책에서 신선한 뜨거움을 느꼈던 것은 나에게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자들의 모든 전략을 부숴버렸기 때문이었다. 출판사 편집자님 또한 제목과 목차를 바꾸고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건 나의 책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아니었다. 나는 전략을 고민하기보다  자신이 얼만큼 진심을 담았는지에만 집중했다. 온전히  자신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이런 방식은 완전히 성공하거나, 완전히 실패하거나   하나의 길을 걷게  것이었지만, 훗날 내가 후회하지 않을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이것이 내가 지금껏 사랑했던 자들을 사랑해 온 방식이었고, 나를 사랑했던 자들이 나를 사랑했던 방식이었다. 나와 그들이 사랑했던 것은 서로의 전략이 아니라 서로의 본질적인 존재 자체였다. 독자들이 사랑했던 것 또한 나의 출판 전략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나는 온몸으로 그들을 사랑했고 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직 그 모든 기억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 모든 순간에 진정으로 감사함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나는 이번에도 그 언젠가처럼 온몸을 내던지는 수밖엔 없겠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고민하고, 더 열심히 움직이고, 내 모든 광기와 집념을 미련 없이 내던지는 일밖에는 선택 가능한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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