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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Jul 30. 2022

아내가 예쁜 옷을 입을 수 있다.

아내와 저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하면 근처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등록합니다. 제주도로 이주를 와서도 운동을 등록했습니다. 집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센터입니다.

센터에서는 2주년 기념으로 2회의 서비스 PT를 제공한다고 하니 기분 좋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트레이너로부터 들은 아내의 몸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트레이너가 이익을 위해 PT를 유도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내의 몸 상태는 관리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트레이너의 PT 제안이 내심 반가웠습니다. 


평소 아내는 집중력이 높고, 지구력이 좋습니다. 하지만 체력이 약해서 빠르게 지치고 컨디션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내와 '2019 SEOUL MARATHON' 10km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자, 5km쯤 뛰다 보면 아내가 지칠 것이고, 그럼 내가 멋있게 아내의 가방을 가져와 메고 아내의 손을 잡고, 아내의 호흡을 고르게 하면서 뛰어야겠다.'라고 말입니다. 아내의 집중력과 지구력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연애시절 이야기입니다.


마라톤 결승지점에서 본 우리 부부의 모습은 아내의 어깨에 저의 가방이 있었고, 아내는 저의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아내: "이제 다 왔으니까, 호흡을 편안히 하고 천천히 뛰어. 괜찮아 다 왔어. 괜찮아 다 왔어. 아이고~ 수고했다. 다 왔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아내는 마라톤을 하면 반드시 마지막 골인지점까지 도달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지 못합니다.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저도 아내도 아내의 몸상태를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아내는 엄청난 정신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다시 PT 이야기로 돌아와서, 트레이너의 PT 제안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돈 걱정을 했습니다. 저는 330만 원이라는 거액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아내가 운동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건강하면 좋아질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1. 아내가 건강하다.

2. 아내 컨디션이 좋다.

3. 아내의 행복지수가 높다.

4. 그러면 나는 건강하다.

5. 그러면 나는 컨디션이 좋다.

6. 그러면 나는 행복지수가 높다.

7. 그러면 나는 아내와 밤 산책도 갈 수 있고, 등산도 할 수 있고, 많이 걸을 수 있고, 여행도 갈 수 있고, 언제든 외출할 수 있고, 아내에게 예쁜 옷을 사줄 수 있도 있다.


이렇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나에게는 흔히 로망이라고 말하는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옷 매장에 가서 아내에게 예쁜 옷을 골라주면, 아내는 "예쁘기는 한데.."라고 말하면서도 입어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내의 취향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내는 생각보다 자신의 체형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게 예쁜데도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아내가 자신의 체형과 몸상태에 자신감을 가지고 예쁜 옷을 마구마구 입으며, 나와 걷고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나의 아내가 예쁜 옷을 입는 일은 나의 행복을 성립시키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아내의 건강 =아내의 행복 = 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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