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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 Aug 06. 2022

아내가 전사를 하고 있다

00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얼떨결에 아내에게 전사를 부탁했습니다. 전사는 연구에서 녹음한 인터뷰 내용을 문자로 옮겨적는 작업입니다. 아내는 자신의 일도 많고 힘들 텐데 틈틈이 전사를 합니다.


아내가 전사를 하니 좋은 점이 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공부방법은 베껴쓰기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으면 베껴쓰기를 하고, 연구 지식을 얻고 싶으면 전사를 해야 자연스러운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내는 평소 나시티에 반바지 차림의 남편과 인터뷰에 등장하는 남편은 다른 사람 같다며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총명하고 명석한 연구자의 눈빛이 귀로 보인다는 이상한 말을 합니다.


전사를 해주는 것도 너무 고마운데, 전사를 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고마운 아내입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을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해주는 고마운 아내입니다.




아내는 외국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물었습니다.


아내: "A에 대해서 논문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개인적인 내용의 질문이라 표현을 최소화해서 썼습니다.)


남편: "의도는 알겠는데 접근을 잘 못한 것 같아. 교육행정 분야 연구에서는 보통 그런 경우에..."


그날 아내는 열폭했습니다.

이해하고 공감하며 말하기는 어렵네요...


저도 아내가 논문을 쓰면 전사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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