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잘하고 싶었다. 그냥 잘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동기부여가 된대도 내겐 한없이 무거운 짐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이 마음은 나를 짓눌러 왔다. 내 양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부담에 가슴도 항상 꽉 막힌 듯했다. 좀체 쉬는 방법을 모르던 나는, 목적도 방향도 없이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이끌려 20여 년을 달려왔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피어올랐다.
'왜 꼭 잘해야 하는 거지? 난 왜 잘하고 싶은 거지?'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떠오른 의문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내 마음을 덮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결국 남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마음은 겹겹이 쌓여 새로운 가면을 만들었다. 사실 그렇게 열심히 살지도 않으면서 대단한 성장가인 척. 사실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엄청난 다독가인 척. 척하는 습관은 나마저 속여 내가 뭔가 해내고 있다는 고양감을 줬고, 나는 홀린 듯 계속해 가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가면을 벗어 던진다.
조금 못하더라도 내가 무언가를 하는 행위에 내 마음이 담겨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 마음의 시선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머무른다면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나를 옭아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찬찬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촘촘했던 나의 가면은 어느새 사라지고 진정한 '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됐다. 내가 왜 공연을 좋아하고, 마케팅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마케팅을 할 거야.', '누군가를 위로하는 공연을 만들 거야.' 그렇다. 나는 누군가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일을 하고 싶다. 안 그래도 살기 팍팍한 세상에 작은 온기 하나가 때론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쓸 거야.'라는 목적을 분명하게 인지하게 이 책을 쓴다. 이 행위에는 명백하게 나의 마음이 담겨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당신뿐만 아니라, 나 또한 그랬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함께 가면을 부숴보자고, 진정한 우리 자신을 만나보자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