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겁이 많아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릴 적에는 노는 게 정말 재밌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노는 것에도 걱정이 늘어난다. 그렇게 겁 많던 내가 스킨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다니... 나도 아직 믿기지 않는다.
지인 중에는 나만큼이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니가 한 명 있다. 그녀는 이집트 다합(그녀가 그곳에 가기 전까지 나는 '다합'이라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다.)에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스킨 스쿠버와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해 왔다. 낮에는 아름다운 바다를 유영하고 밤에는 술을 마시며 즐기는 삶. 유튜브에서만 봤던 일을 직접 즐기고 온 그녀는 내게 딱 한 마디를 했다.
"수민아, 이 세상 70%가 바다잖아. 그러니 바다에 들어가 봐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에 홀린 듯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정신 차리기 전에 대책 없이 필리핀 보홀로 떠났다. 여행은 총 3명이 함께였다. 다합에서 살다 온 S와 나, 그리고 나와 함께 스킨 스쿠버에 입문할 A. 그리고 나와 A의 목표는 스킨 스쿠버의 가장 기초 단계인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나는 너무 못했다!
수영을 배워서 스쿠버 다이빙도 당연히 잘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2박 3일의 첫 교육을 진행한 수영장은 잠수해도 수면이 머리 위에 있을 정도로 무척 얕았다. 그럼에도 나는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무척 허우적거렸고, 그런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던 강사님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런 나와 다르게, 함께 교육받은 A는 물 공포증이 있었음에도 너무나 잘했다.
사건은 마지막 날인 3일 차에 발생했다.
2일 차까지 많이 헤매긴 했지만, 칭찬도 받아서 3일 차 다이빙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설 때마다 실수했었고, 나는 선생님께 잔뜩 혼이 났었다. 교육이 끝날 즈음 난 물 안에서 울고 있었다. 정말 다행스러운 사실은 물에서 울면 아무도 모른다는 것. 훌쩍이며 마지막 다이빙을 끝낸 후에도 배에서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다. 이 경험이 '잘하고 싶어 하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 보게 했다.
'못하는 게 당연한데, 난 왜 이렇게 속상할까?'
고작 5번의 다이빙을 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잘하고 싶어 눈물을 흘리는 걸까.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비로소 내 안의 인정 욕구를 오롯이 마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렇다는 걸 받아들인 순간,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그래. 나는 이렇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이구나. 그래서 속상했구나.'
처음 하는 것도 잘하려고 애쓰는 내가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했다. 그동안 나는 이런 내가 찌질해 보여서 마주하기를 미뤄왔을까. 타지의 바다 위에서 장장 30분을 엉엉 울면서 이전에 없던 후련함과 용기를 얻었다.
지난 순간순간을 돌이켜보니, 나는 항상 잘하고 싶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종종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었지만, 완벽한 결과를 위해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늘 욕심으로 마음이 무거웠지만, 이런 나를 인정하는 일은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들키는 것 같아 두려웠다. 그렇지만 스쿠버 다이빙 경험을 통해 욕심이 가득한 내 모습을 인정했다. 그리고 해방감을 느끼며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말이다. 나의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나'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난, 필리핀 보홀에서의 추억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고, 오랜만에 남들 앞에서 펑펑 울었으며 내 안의 나를 마주하게 된 곳.
내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 S와 A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내가 울 때 오히려 민망하지 않게 웃어줘서 아주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처음 하는 것은 당연히 못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못해도 된다. 못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다짐한다. 다음 스쿠버 다이빙은 조금 못 해야지! 못하면 내 옆의 S와 A가 든든한 버디가 되어 날 도와줄 테니 말이다.
*위 글은 제9회 좋은생각 청년이야기대상 입선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