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소선합창단 정기연주회
전태일열사 기일인 11월 13일 수요일 오후 불광역에 있는 일터에서 출발해 2호선 왕십리역에 있는 소월아트홀을 찾았다.
500여 명 객석이 꽉 찬 이소선합창단 정기연주회에 남편과 아들 둘 가족과 함께 자리했다.
올해 처음 합창문화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우리 넷은 입장 전에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했고 공연장 맨 앞줄 가운데 자리를 얻어 무대를 마주했다.
서울시에서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받은 이소선합창단은 2011년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이소선 어머니의 영결식에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의 대합창을 계기로 결성된 노동자 합창단이다.
이소선합창단 정기공연이 2년 반만이라고 했다. 22년 10.29 참사를 시작으로 너무 많은 안타까운 죽음들이 있었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행태에 유가족들은 또다시 상처를 받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 이겨나가자는 뜻으로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라는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도 소개했다.
'이 상처를 딛고 내일을 살아가려면' 공연 주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고 극복하여 살아왔고 노동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전태일열사가 돌아가신 후 54년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전태일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전태일이 되었고 이겨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고 있어 그 모든 상처를 보듬고 극복하려는 희망을 담은 노래를 준비했다고 합창단은 밝혔다.
이 시대의 비극은 무대가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10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시민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원했지만,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같은 비극이 반복해서 일어났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언제 어디서 또 반복될지 알 수 없다.
조금만 우리 뒤를 돌아보면 우리의 역사는 이런 비극의 끊임없는 반복이었는데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이후 우리 정부에 의해 벌어진 민간인 학살, 자본의 이윤을 위한 반복된 노동에 스러져간 수많은 노동자들까지, 비극의 당사자들은 엄청난 고통과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고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 그리고 어떤 말이 그들에게 위로가 될지, 아니 위로의 말이라도 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그 비극을 외면하지 않고 모두 함께 직시하는 것, 그리고 고통을 견뎌내고 있는 당사자들의 옆에 가만히 서서 조용히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몸짓이라 여겨진다.
공연을 관람하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이태원 유가족분들의 증언, 그리고 새로운 편곡과 창작곡들은 비극 앞에 선 우리의 떨림의 표현이자 비극의 당사자들에게 내미는 손짓이다.
이소선합창단은 공연과 함께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상처를 딛고 내일을 살아가려면........'
이제는 더 이상 마주할 수 없는 얼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한다'는 고백밖에 소 주제로
첫 노래는 10.29 참사를 추모하며 유족들과 생존자들 ,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이경아 님이 작사하고 작곡한 '고백'이라는 곡으로 시작했다.
이어진 소 주제 '반복되는 비극, 그 비극을 마주하며 우뚝 선 사람들 /세상을 일구어 만든 노동, 하지만 노동이 사람을 집어삼키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견뎌온 삶, 다시 노동의 꽃이 찬란히 피어나려면 /아물지 않는 상처와 기억을 품고 살아갈 길은, 상처 입은 영혼들이 세파를 견디며 서로 손 마주 잡고 한발 한발 나아갈 뿐'으로 준비한 14곡 노랫소리로 공연장이 가득한 가운데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곡으로 매듭지었다.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기립박수가 울려 퍼졌다.
고정희 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갈대라도 하늘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 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돌거니 새순은 돌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날아서 뿌리 깊은 벌판에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과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마주 잡을 손 하나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