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나는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하나?
해마다 찾아오는 식목일.
나무 한 그루 심는 것으로 그치는 날이 아니라,
내 안의 어떤 마음을 심고 싶은가 되묻게 되는 날입니다.
땅이 메말랐을수록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하듯—
오늘은 삶의 어느 자리쯤에
조용히 나무 하나 심어보려 합니다.
어제 오후부터 봄비가 내렸다.
메마른 땅을 조용히 적셔주는, 반가운 봄비였다.
옛날 같았으면, 기우제를 올릴 만큼
봄 가뭄은 길고도 지독했다.
일요일부터 전국 곳곳에 불이 번졌다.
순식간에 쉰 곳이 넘는 산과 들, 건물들이 속절없이 타들어갔다.
홍성 서부면의 산불,
금산에서 대전으로 번져간 불길.
며칠 동안 꺼지지 않는 불소식에
마음은 타들어가고, 애가 닳았다.
그러던 중,
주불 진화가 완료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밤새 조용히, 봄비가 내렸다.
검게 타버린 산과 대지 위로
그을린 상처를 감싸듯, 봄비가 스며든다.
신기하기도 하다.
화재로 타버린 산에
상실의 아픔을 다독이듯
나무라도 심으라며, 비가 내린다.
오늘은 식목일.
오늘, 나는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까?
늦잠으로 허둥댄 아침.
정리되지 않은 가방처럼
마음도 흐트러져 있었다.
성실의 나무를 심고,
나태하고 무기력한 가지는 잘라내고,
자기 관리의 꽃을 피워내는
나만의 식목일을 조용히 열어본다.
봄비의 위로를 뿌리치지 않고,
그 수고에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싶다.
오늘은 식목일.
누군가는 나무를 심고,
누군가는 마음을 심는다.
나는 오늘,
나태와 무기력이라는 잡초를 뽑고
성실의 뿌리를, 꾸준함의 줄기를,
자기 관리의 잎을 피워낼
나만의 나무 하나, 조용히 심어 본다.
내일, 비 개인 하늘 아래에서
그 나무가 작은 새순을 틔워줄 수 있기를.
(2024.4.5. 식목일에)
나무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지만,
매일 햇빛을 받고, 바람을 견디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갑니다.
오늘 내가 심은 마음도
그렇게 자라나길 바랍니다.
어느 봄날, 나도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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