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약비되길

봄비, 그리고 기도

by 홍주빛

봄비가 내린다.
무너진 마음, 시든 나뭇가지, 탄 산마저도
이 비를 반기는 듯하다.


때로는 물보다
더 깊이 스며드는 기도가 있다.
오늘, 그 기도를 담아
봄비에게 말을 걸어본다.


봄비가
보슬보슬
아름답고 촉촉촉

마른땅은 두 팔 벌려 반기는데
어린 꽃잎,
차가워 찡그린다

불탄 산들엔
약비되어 내려
안도의 한숨 퍼지고
지나간 상처, 조용히 쓸어낸다

어서
새싹 솟아오르길
죽은 가지마다 새순 돋길

시꺼멓게 멍든 몸
봄비에 씻어내며
초록빛 새 옷 입고
햇살 아래 빛날 날을 꿈꾼다

그 옛날, 갈멜산에서
엘리야의 기도 끝에
하늘서 불비 내려 제단을 삼키고
사나운 가뭄 끝엔
단비가 내려왔지

그리고
12.3의 계엄 선포
갈라졌던 이 땅 위에
헌재의 인용 선포 울려 퍼지자

적대와 불안, 갈등과 분열
봄비 따라
전국으로 쓸려 내려가고
하루 종일
근심 걱정이 씻겨간다

우리의 적은
내 형제도, 내 동포도 아니다

우리의 적은
오해와 불신, 반목과 적대

부디
미움도, 다툼도, 욕심도 벗고
다시 하나 되어
한강의 기적, 다시 써나가길

민주주의가 성숙한
평화의 나라 되길

봄비 소리 속에
조용히 빌어본다

2025.4.5. 저녁

캡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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