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

by 홍주빛

다시, 나

홍주빛


문득, 눈치챘다

참 많은 걸

흘리며 걷고 있었다는 걸


저울의 앞자리가 달라지고

카메라 렌즈 앞이 낯설어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앞서 걷던 의욕이

뒷걸음질을 쳤다


게으른 탓도,

짐이 무거운 탓도 아닐 터

아마,

호르몬이 길을 바꾸는 중이겠지


어떻게 합의할지 몰라

우선은

마음을 달래 본다


텅 빈 품에

나를 내려다 앉히고

가만히 등을 쓸어준다


토닥토닥 수고했다는

손길 위에

내가 나를 받아준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


위로하며 오롯이

나로 서 있을

용기를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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