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다시 일어났고, 고양이들은 곁을 지켰다

-생명을 대하는 태도

by 홍주빛

아버지는 다시 일어났고, 고양이들을 곁을 지켰다

-생명을 대하는 태도


낙상 사고로 한동안 침대에만 누워 계셨던 아버지.
그 시간이 길어질까 봐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아버지는 다시 밭으로 나가셨고
그 곁을 고양이들이 지켜주었습니다.

이 글은 그 시간들을 기록한,
딸의 소박한 감사의 고백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올해 구순을 넘기고 첫 봄을 맞이합니다.
작년 초, 낙상 사고로 생명의 위기를 맞았죠.

그때만 해도 제가 밥을 떠드리면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고맙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셨고,
선망 증세로 인해 아버지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잘 인지하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의 이름과 직업은 정확히 기억하셨어요.
정말 신기하고도 짠한 일이었죠.

반면, 어머니의 이름은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올리지 못하셨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아마 말할 수 없이 아프셨을 겁니다.


기운 없이 누운 채, 자꾸 몸을 뒤척이다 보면 어느새 방문 쪽으로 밀려가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이불을 바닥에 높이 쌓아, 방 안쪽에 당신이 머무를 수 있도록 막아두던 날들도 있었지요.

그 어둡고도 긴 시간들을
우리는 말없이, 그러나 함께 견뎌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힘겹게 몸을 일으키시더니,
간신히 침대 위로 올라가 누우셨어요.
처음엔 괜찮으실까 걱정스러웠지만,
뜻밖에도 라디오를 갖다 달라고 하시더니
머리맡에 놓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틀어 들으셨어요.

그렇게 아버지는,
아주 서서히 기운을 차리기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마침내, 원래 아버지 침대가 있던 안방으로 돌아오셔서
그곳에서 다시 생활하게 되셨습니다.

식사도 제법 잘 챙기셨고,
농사철이라며 마당과 밭에도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하셨어요.

그렇게, 아버지는
기적같이 다시 살아나셨어요.


며칠 전부터는

집 근처에 배수로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기계가 도착하기도 전에
비닐하우스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계셨어요.

“비 맞지 마세요, 힘드시면 들어가세요.”
아무리 말씀드려도 듣지 않으십니다.

그 일을 꼭 지켜봐야 한다고,
당신만의 책임감과 의무처럼 여기는 듯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를 소생시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버지는 불사조 같습니다.
몇 번의 위기를 견디고
다시 일어나 밭으로 나가는 그 모습은
젊은 사람보다도 더 단단해 보였습니다.

그 힘은 어디서 왔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평생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오셨어요.

밭 모퉁이에 죽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시면
그 작은 생명을 고이 묻어주셨고,
길고양이들에게는 항상 사료를 챙겨주셨습니다.

사료값이 부담스럽다 하시면서도
그 손길은 결코 멈추지 않으셨죠.


아버지가 밭일을 하시던 시절,
고양이들은 늘 아버지 곁에 머물렀습니다.

작업을 지켜보듯,
조용히, 하루 종일 옆에서 놀아주며
그 시간들을 함께했죠.

마치 아버지를 지켜주는 작은 수호천사 같았습니다.

그 고양이들이
이제는 우리 집의 일부가 되었고,
우리 집은 자연스럽게 고양이들의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그 고양이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아버지는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그 아이들을 묻어주셨습니다.

그건 아버지 나름의 도리이자,
삶을 대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
부디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주세요.

비 맞지 마시고,

낙상 사고 없도록 지팡이 꼭 짚으시고요.

음식은 급하게 드시지 마시고…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세요.

아버지, 정말…
당신은 우리 가족의 불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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