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하나 되어 실천하는 먹거리 교육

-기후위기 시대, 밥상에서 시작하는 변화

by 홍주빛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세끼를 함께 먹는 학교.

그 밥상이 단지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을 마주하는 감각을 길러주는 수업이 된다면 어떨까요?


한 기숙형 고등학교에서는 매 끼니마다 그런 질문을 던집니다.

밥상은 이곳의 교육 철학이 오롯이 담긴 실천의 공간입니다.

영양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저는 학생들과 함께 그 밥상을 준비하고, 나누며, 다시 생각하고자 합니다.


밥상은 교과서보다 먼저 배우는 생태수업


이 학교의 밥상은 여느 곳과 다릅니다. 장을 담그고, 김장을 함께 하고, 모내기와 도정까지 직접 참여합니다. 김장을 할 때의 분주함, 장독대 앞의 정적, 모판을 손으로 만지는 감촉—이 모든 것이 교과서보다 먼저 배우는 생태수업입니다.


2024년,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막장… 발효는 기다림입니다.

우리는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음식을 만들고, 자연의 속도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것은 참을성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고, 계절을 배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함께 공부하고, 함께 제안한 먹거리자치위원회


이번 식생활 교육에서는 ‘먹거리자치위원회’, 줄여서 ‘먹자’ 학생들과 함께 몇 주에 걸쳐 식재료의 유통 경로를 공부했습니다. 해산물, 축산물, 가공식품까지 유통과정의 구조와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자료를 조사하고, 학생들 스스로 PPT를 만들고 발표도 함께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학생들이 세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들고 나왔다는 점입니다.


1. 지역 생산물을 이용하자


로컬푸드는 생태적일 뿐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2. 전통 식문화를 지켜나가자


장 담그기, 김장 문화처럼 손으로 직접 만들며 배우는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 할 자산이다.


3. 채소포 작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우리가 직접 기른 작물로 간식을 만들어 먹고, 제때 수확해 식당으로 올리자.


학생들의 눈과 입으로 직접 ‘먹는 것’을 공부하고, 나누고, 제안하는 이 과정은 그 자체로 교육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 아닐까요?


기후위기와 식판의 연결고리


오늘 식판 위의 반찬을 유심히 들여다본 적 있으신가요?

제철 채소가 올라와 있다면, 그것은 단지 한 끼의 반찬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을 느끼는 통로입니다.


오징어 어획량이 줄고, 닭고기 수급이 전염병과 기후변화로 흔들리는 지금,

일본에서는 쌀 부족 현상이, 미국에서는 계란 부족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곧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예고편일지 모릅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뉴스 속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식판 위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밥상은 선택이자 연대입니다

이 학교는 가능하면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공산품은 국내산을 우선합니다.

쌀은 자급률 100%, 고기는 지역산 무항생제, 채소는 학교 채소포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산 우선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공급받습니다.

이 밥상에는 농부의 손과 계절의 바람, 공동체의 노력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내가 고른 식재료’는 곧 ‘내가 원하는 세상’입니다.

지속 가능한 식재료를 고르는 일이,

다음 세대가 먹게 될 밥상을 만드는 일임을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자 합니다.


함께 먹고, 함께 바꾸는 교육


먹거리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함께 밥을 짓고, 나누고, 생각을 이어가는 실천의 장입니다.

학생들이 밥의 수혜자가 아니라 주체가 될 때, 그 교육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나만의 밥이 아닙니다.

그 속엔 땅과 물, 시간과 사람이 들어 있습니다.

이 연결을 기억하는 순간, 밥상은 다시 ‘교육’이 됩니다.

아이들이 삶을 배워나가는 곳, 그것이 바로 학교라면,

밥상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먹거리교육 #기후위기 #생태교육 #로컬푸드 #학생자치 #전통식문화 #지속가능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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