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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키자 Mar 19. 2017

'똥군기' 없는 대학 라이프를 위하여

나 젊은 꼰대 아님요?

개강이 보름 정도 지났습니다. 17학번 신입생님들 안녕들하십니까?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대학 생활이 펼쳐지고 있나요? 혹시 뉴밀레니엄이 17년이 지난 지금도 7080 때나 볼 법한 '똥군기' 잡는 선배로 고통받고 있나요? 비밀 하나 알려줄게요. 그건 여러분 학과에서 특별하게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가 아닙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거예요. 경찰도 지난 2월에 '대학 신입생 가혹행위' 집중 단속을 벌였거든요. 신고하면 됩니다.

얼마 전 한 리조트에서 새벽 5시에 후배들에게 팔벌려뛰기를 시킨 오티 영상이 입방아에 올랐죠. 영문도 모를 이제 갓 스무살 친구들에게 가학행위라니요. 늘 그렇듯 선배라는 이름의 권위로 퇴행의 역사가 벌어졌습니다. 기합 주는 것에서 끝나면 오히려 다행이려나요. '25금 몸으로 말해요'라는 이름부터 진부한 게임에선 성행위를 뜻하는 단어를 몸으로 설명해야 하고요. 여자 후배는 생판 처음 보는 '선배'라는 남성과 포옹을 해야 하거나 무릎에 앉기를 강요당하는 등 성폭력 문제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혀를 차면서도 늘 익숙한 감각으로 넘어가는 건 해마다 이런 비정상적 상명하복 문화가 여기저기에서 답습되기 때문일 겁니다.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똥군기'는 카톡과 페이스북으로 옮겨간 지 오래입니다. 단체카톡방에 'ㅋㅋ'이나 이모티콘 따위의 경망스러움은 용인될 수 없고, '너님'들도 어려워하는 맞춤법도 틀려선 안 됩니다. 선배 카톡은 즉각적으로 읽어서 '1'을 없애야 하고, 선배 페북에 새 게시글이 뜨면 '좋아요'와 '댓글'이라는 충성 맹세로 사랑을 계속해서 표현해야 합니다. 모두 정상적이지 않은 겁니다. 그대로 캡처했다가 신고하세요.

세상에 항구불변한 것은 없습니다. 어떤 문화가 불편함과 불쾌함을 동시에 준다면 분명 바뀌어야 합니다. 고작 해봐야 한두 살 더 많은 '선배부심'의 기원이 끊어내야 할 일제식 군대문화와 대접받고픈 못난 권위의식의 혼합이라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물론 우리 대학의 선배들 모두가 시대착오적 문화를 강요하진 않겠지만요. 

잊지 마세요. 권위는 선배인 내가 부여하는 게 아니라 온전한 타인인 후배가 보고 배울 것이 있을 때 직접 부여하는 겁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습니다. 선배 당신이 후배들에게 속삭일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모두 추억으로 남을 너와 나의 연결고리'는 개뿔. 스무살 누구보다 푸르러야 할 캠퍼스 낭만의 시작부터 역겹고 메스꺼운 기억만을 전할 뿐입니다. 후배에게 두고두고 화가 나는 똥냄새를 선사하는 겁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겁니다. 나이 더 먹었다고, 학교 좀 더 일찍 들어왔다고 좀 더 성숙하거나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오히려 똥군기를 끊지 못하고 달고 갔다간 사회생활까지 이어져 '내로남불'의 꼰대 아재가 될 뿐입니다. 그러니 맘을 고쳐 먹읍시다. 우리가 잡아야 할 것은 신입생 기강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 첫발을 내딛고 적응하지 못해 뒤숭숭한 이들의 두 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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