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했는데도, 설거지를 했는데도

왜 했는지 모를 정도로 적막한 외로움

by 홍키자

그런 날이었다. 청소를 바지런히 했는데도, 설거지를 했는데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

그런 날이었다. 텅 빈 공간의 적막함으로 깊이 외로워진 그런 저녁이었고, 또 밤이었다.

그 사실을 난 집에 온 지 세 시간만에 문득 깨닫게 된 셈이었다. 그런 밤이라는 사실을.


끝을 모르는 텅 빈 느낌에 까닭 없이 슬펐다.

그리고 혼자라는 사실에 문득 숨이 막혔다. 어차피 오롯하게 혼자 두 발로 딛고 있는 삶이라는데 그 추-욱 가라앉은 느낌과 함께 오히려 두둥실 떠올랐다.


갑자기 맥주가 마시고 싶어 졌다. 새해에는 혼자 맥주를 그만 마시겠다고 다짐했음에도.

이내 홀짝거리고 있었다. 숨이 막힐 만큼 빠르고 깊이 있게 들이마셨다. 외로움으로 가득 찬 내 공간이 반으로 줄어든 느낌이었다.

구백원짜리 '카모메식당'을 결제했다. 평온함과 잔잔한 따스함이 몸을 감쌌다. 그리고 괜찮아졌다-

고 생각했으나 괜찮지 않았다. 텅 빈 공간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고, 발가락의 꼼지락거림으로 그 공간이 채워지지 않았다. 누군가의 계단 걷는 소리와 세면대 물 트는 소리가 들렸으나, 이내 적막에 휩싸였다.


그런 날이었다. 긴 밤 기다란 맥주 한 잔 숨 막힐 듯 사라지고, 그 기운에 휑한 내 마음도 없애고픈 그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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