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다. 새해 벽두엔 "누가 누구를 사귄다고?"가 가장 뜨거운 이슈이자, 재미이자, 논란거리가 된다.
순식간에 누가 더 아까운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우리 오빠를 건드린 너라는 년은 세상의 제일 썅년이 된다. 우리 순진한 여동생을 건든 무지막지한 너라는 새끼는 참으로 없어져야 할 아저씨가 되기도 한다.
이윽고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뉴스를 막기 위해서 열애설을 터트렸다느니, 어쨌느니 하는 욕과 함께 우리 오빠 모함하는 것이라는 성토가 이어진다.
그런데 가만 보면 열애설이 터지는 시점은 딱히 없다.
그냥 터진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쫓아다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됐고, 그 사진과 열애의 증거를 들고 소속사와 협상을 벌인다. 그러다 적당하게 의견이 맞으면 센 거 몇 개 묻고, 나머지 몇 개 달달한 것을 보도한다. 센 거 몇 개는 돈이 오간다. 늘 톱스타 따라다닐 수 없으니 그들만 쫓아다니는 사설업체도 쓴다. 그들은 봉고차로 24시간 한 달 내내 톱스타를 감시한다. 발견하면 찍고, 보도 매체로 넘긴다. 우린 안다. 누구라도 그렇게 쫓아다니면 어떤 열애의 증거라도 차고 넘친다.
그때 그런 말이 돈다. 어떤 정치 이슈를 덮기 위해 쓰이는 도구라는 말이다. 영화에도 더러 그런 장면이 있다.
'더 킹'에서 검사들은 저 창고 속에 여배우의 정사장면이 담긴 테이프를 묵혀둔다. 그리고 정치 이슈를 막기 위해 터트린다. 보통 우린 그 같은 이미지에 익숙하다. 그렇게 이슈를 이슈로 덮겠거니 한다. 정설로 믿는 게 더 편하기도 하다.
자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자.
1) 연예인 열애설 따위로 덮어질 정치 이슈가 정말 중요한가? 2) 만일 1번이 맞다면 그런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연예인 열애설 따위로 덮어지는 나라에 희망이 있나? 3) 밥벌이로 연예인 열애설을 보도하는 기자들이 왜 희망도 없는 나라의 정치 이슈 때문에 보도에 눈치를 봐야 되나? 4) 도대체 그런 의심을 전혀 받지 않을 만큼 정치권에 아무런 이슈가 없는 타이밍이 있기는 하나?
모르긴 몰라도 단 하루라도 국회에 와 본 사람이면 안다. 4번은 틀렸다. 이슈는 늘 있고, 일요일 하루만 출근하지 않아도 이슈를 따라잡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