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중고신인 화이팅
[경제기자 홍키자] '놀면뭐하니'로 확인한 평균의 함정
주말이라 MBC '놀면뭐하니'를 봤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동거동락'과 같은 프로를 런칭해서 흙속에 묻힌 진주같은 신인들을 발굴하려고 하더군요. 신인이라고 하기엔 이미 7~8년이 된 중고신인 코미디언들이 나와서 장기를 펼쳤습니다.
유재석, 홍현희가 연신 그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주며 "이제는 시작이다. 긴장하지 마라"라고 외쳐주는 모습에서 전우애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제 머릿속에 그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아쉽게도, 1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사람들의 뇌리에 이름 석자를 각인하는 것은 쉽지 않나 봅니다.
역시, 멱법칙. 다시 한번 멱법칙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보통 '중간이나 가자' '평균이 되자' '평범하게 사는 것도 어렵다'고 배우니, 세상의 분포도가 중간값이 많은 종 모양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죠. 세상은 'ㄴ'자 멱법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99%의 적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연예인과 1%의 고수입을 벌어들이는 연예인으로 나뉘죠. 7~8년간 여러 프로에 출연은 했지만, 중고신인들이 발견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세상이 원래 그렇게 작동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A부터 E까지 5명의 코미디언이 있다고 해고, 10개의 프로그램을 각각의 코미디언이 최대 5개씩 프로를 고를 수 있다고 해봅시다. A는 5만큼 웃기고, B는 4만큼 웃기고, C는 3만큼 웃기고, D는 2만큼 웃기고, E는 1만큼 웃겨요.
그럼 각각 웃긴만큼 10개의 프로그램을 나눠서 A는 4개, B는 3개, C는 2개, D는 1개, E는 0개의 프로그램을 출연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연출자들은 일단 A에게 가겠죠. 그리고 A는 자기 스케쥴에 따라 최대 5개 프로그램을 고르고요. 그 담으로 웃긴 B가 나머지 5개를 고르겠죠. C, D, E는 기회가 없어요.
멱법칙이 작용하는 겁니다.
파레토법칙이랑 비슷해요. 20퍼센트도 안되는 소수 집단이 전세계 부의 80 퍼센트를 소유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거죠.
시가총액 20위 안에 있는 곳들의 총합이 전체 주식시장의 80%를 차지하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는 얘기죠.
회사에서 성과의 총합도 마찬가지일걸요. 10명의 직원 중 8명은 비슷한 수준이고, 나머지 2명이 무진장 성과가 높은 사람이 있죠.
'코로나 백신을 누가 먼저 맞느냐?' 고민하는 문제에도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겁니다. 활동반경이 큰 젊고 활동력 좋은 20%의 사람들이 코로나를 옮기고 다닐 거에요. 사실 노령층이나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분들은 80%에 속하겠죠. 그럼 사실 방역을 위해 제일 먼저 백신을 맞아야하는 대상은 누구일까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긴 힘들지만요. 활동력이 왕성하고, 젊은 사람들부터 맞아야하겠죠.
네트워크로 촘촘히 이어진 시대의 '네트워크 효과'를 이해하는 방법은 멱법칙을 활용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20%의 기업과 인플루언서에 올라타면 성공의 확률이 높아지겠죠.
그럼 이걸 역이용해볼까요. 대부분의 멱함수 분포에서는 긴꼬리가 평균 이하로 뚝 떨어지는 비율이 20~30% 사이거든요. 그러니 30%만 넘기면, 우린 완주할 수 있는 겁니다.
책의 30%는 일단 읽어내면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것이고요. 30분 운동의 9분을 넘기면,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것이죠. 한달동안 9일을 습관을 지켜내면, 한달동안 그 습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멱법칙을 역으로 이용해 놀면뭐하니의 중고신인들이 모두 발견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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