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편리하게 만들거나, 더 싸게 만들거나
정치부를 2년 꽉 채우고, 현 부서인 IT부서를 지원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고 싶다. 만나서? 자극받고 싶다. 세상을 바꾸려는 무모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나를 채찍질하고 싶다'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서로 어둠의 에너지를 품어내며 치고받는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안되는 것을 되게 만들려고 분투하는 인간들이 모여있는 곳의 반짝이는 에너지에 머리를 파묻고 싶었어요. 그래서 부서를 오자마자,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새는 늘 뽐뿌가 옵니다.
"아 나도 스타트업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 힘들다는 스타트업으로 버티고, 망하고, 또 버텨내서 결국 승리하는 인간 군상으로 남고 싶다"
그리고 또 생각합니다.
"아이템이 없잖아. 세상을 바꿔낼 혁신 기술도 없잖아. 난 개발언어를 이해 못하는 문돌이인데? ㅎㅎ"
그러다 문득 재작년 말에 만나 인터뷰했던 배달의민족 김봉진 의장님과의 자리가 떠올랐습니다.
글 잘 쓰는 분들이 세상에 차고 넘치는 시대에 기자의 마지막 남은 필살기는 '섭외력'이죠.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서 '오프 더 레코드, 온 더 레코드'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하게 남은 장점입니다.
2019년 12월 말이었고요. 막 배달의민족과 DH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을 때에요. 1시간 남짓 인터뷰를 진행했고요. 배민이 왜 DH와 합치기로 했는지 뒷얘기를 주욱 들었는데요.
사실 제가 기억에 남는 것은 김봉진 의장의 '사업론'이었어요.
창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죠.
"많은 분들이 혁신에 대해서 질문하면서 혁신은 대단한 기술력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봇공학이 들어가거나 인공지능으로 무엇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혁신은 전문 엔지니어가 아니라 고객들이 평가한다. 고객의 삶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나온다"
"발명과 사업은 다르다. 스타트업이 자꾸 발명하려고 한다. 전세계에 없는 발명은 학술적인 것이고, 스타트업은 사업의 일환이다. 발명과는 다르다. 사업은 고객이 있어야만 시작이 된다"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건 몇 가지 없다. 더 편리하게 만들거나 더 싸게 만들어주거나 두 가지다. 너무 특별한 거 만들려고 매몰되지 말아라. 사업을 최초에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더라"
그러니, 제 생각이 틀린 것이죠.
스타트업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세상에 없는 혁신적인 기술이 없는데? 나는 문돌이인데? 라고 생각하는 것은 창업가의 마인드는 아닌거예요. ㅎㅎㅎ
고객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사업인데, 고객에게 주는 건 결국 딱 두가지라는거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더 편리하게 만들까? 내 좋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더 저렴하게 제공할까?
배민의 넥스트 스텝이 궁금하면 아래 기사 일독을 권합니다!
DH는 왜 ‘요기요’ 팔라는 공정위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743095
작년 1월1일 신년인터뷰도 첨부합니다. 김 의장의 향후 비전을 내다볼 수 있습니다!
김봉진 "韓 1위 노하우·글로벌 자본 시너지…亞배달시장 잡겠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492665
#홍키자 #배달의민족 #스타트업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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