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플랫폼이 되거나 콘텐츠를 만들거나
[경제기자 홍키자] 발견되어야, 살아남는다 - feat. 플랫폼이 되거나 콘텐츠를 만들거나
2016년, '회사의 SNS를 키워내라'는 특명을 받고, 디지털콘텐츠부에 1년 반 가량의 시간을 보낸적이 있었습니다.
팀 이름은 소셜미디어팀. 6만명 수준의 페이스북과 1~2만명 수준의 유튜브, 그리고 몇만인지 기억나지 않는 트위터를 동종업계 수준으로 키워내라는 특명이었죠.
이미 SBS나 JTBC는 3배, 4배 더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었으니 선망의 대상이었고요. 조선일보나 한국경제 등 SNS 수치를 비교해가며 구독자를 늘릴 전략을 짰습니다.
1년반 동안, 페이스북은 12만명, 유튜브는 6~7만명 수준으로 키워냈으니, 100%, 400% 수익률 느낌이군요.
SNS의 'S'자도 모르던 시절에 마케팅 고수들을 만나고 SNS 성장 전략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때마다 고수들은 같은 말을 반복하더군요.
"구독자가 왜 늘었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꾸준히, 매일 쉬지 않고 업로드했습니다"
사실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뙇 하고 메시지를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꽤 허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대량의 인력으로 물량 공세를 푼 곳들의 구독자 수가 꽤 빠르게 늘어나는 느낌이긴 했지만, 그 정도 에너지를 넣지 않았는데도 구독자가 많은 채널도 있었거든요.
저희도 적은 인력으로 부서를 꾸려가니, 대박을 낼 킬러 콘텐츠 만드는 비법을 원했던거죠.
그 와중에 페이스북에서 수십만 '좋아요'를 받은 페이지를 운영중이던 모 대표님의 말씀이 머리를 꽝 때렸습니다.
"플랫폼은 발견되는 거에요. 내가 양질의 콘텐츠 찍어내도 발견되지 않으면 별로 의미가 없는데, 내 노력을 베이스로 깔고요. 일정한 주기로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다보면 어떤 콘텐츠가 딱 터져요.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발견해요. 그리고 바이럴이 되고, 그걸로 나머지 내 콘텐츠들이 빛을 발해요. 그게 플랫폼이에요."
아하! 빙고!
콘텐츠는 발견되는 것이구나. 콘텐츠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랄까요. 자막 하나 달리지 않은 콘텐츠인데도 어떤 건 30만이 시청하고요. 자막을 풀로 달아도 어떤 건 1000회 조회도 나오지 않아요.
그 뒤부터는 유튜브만 봐도 '인기 업로드'가 무엇인지 보게 됐습니다. 오 이런 류의 영상이 인기를 얻는구나. 그럼 우리도 이렇게 해보자!!!!!!
그런데말입니다. 터진 영상들 보고 열심히 따라했는데 반응이 저조합니다.ㅎㅎㅎ
여기서 한 가지 깨달음이 더 플러스됐죠!
같은 사람이 유사한 콘텐츠를 올려도 똑같이 흥행한다는 보장이 없는거에요.
불확실성과 무질서를 활용해 익숙해지면 어떤 큰 이득을 얻는 겁니다. 살아남고 번영할 확률이 커지죠.
꾸준하게 콘텐츠를 올렸더니, 어떤 하나가 터지면, 나머지 내 영상들도 다시 재조명되는 것이 바로 같은거죠.
비슷한 얘기가 또 하나 있어요.
외고에 외국대학을 나오며 빠삭한 커리어를 쌓아온 친구 하나가 모 대기업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습니다. 그 친구가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길 때 제가 반년 만 더 구직을 해보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환경 관련 스타트업에서 시작하더라고요. 좀 작지만, 마케팅과 영업, 재무까지 모두 두루두루 경험한다고 좋아하더라고요. 굵직한 대내외 프로젝트를 성실하게 수행했고, 프로젝트의 과정들을 일목요연하게 잘 파일로 정리해뒀고요. 업계에서 '일머리 있는 인재'로 정평이 나기 시작했죠.
그 친구가 이번에 떨어졌던 바로 그 대기업에서 스카웃해서 모셔갔습니다. 링크드인으로 연락이 왔대요. "ESG 경력자를 뽑는데 가장 최근 프로젝트 정리를 인상깊게 봤다. 우리 회사에 지원해보지 않겠느냐"고 했다더라고요.
발견된 것이죠. 링크드인을 통해서요.
발견 이전엔 누적이 있었고요. 플랫폼에 올라타는 콘텐츠 생산자는 어떻게 시간을 채워나가야할까. 발견될 가능성이 커진 세상, 바로 그런 세상에 살고있네요.
P.S ‘꾸준함’이 8할이다 https://www.sktinsight.com/110333
#홍키자 #유튜브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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