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이상의 소비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움
[경제기자 홍키자] 에어팟 맥스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까
71만9000원짜리 애플 헤드폰 '에어팟 맥스'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까요?
스마트폰 제조사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신제품이 나왔을 때 '핸즈온' 기사를 씁니다. "애플의 하이엔드 헤드폰 에어팟 맥스 직접 써보니" "삼성의 야심작, 갤럭시S21울트라 직접 만져보니" 요런 기사들이 핸즈온 기사입니다.
애플의 에어팟 맥스가 한국 출시되서 리뷰를 쓰기 위해 일주일간 대여해서 써봤습니다. 작년 12월에 애플이 '노이즈캔슬링' 기능과 '공간음향' 기능이 뛰어나다며 헤드폰을 내놨을 때 전 약간 피식했습니다. ㅎㅎ 아니, 이제 전문가형 헤드폰까지? 그리고 무슨 금칠을 해놨길래 72만원이나 해? 그런걸 누가 사?
에어팟 맥스 이틀만에 깨달았습니다.
역시 애플이라는 사실을요. "아...쩐다. 사고싶다. 지를까 말까"
접니다. 그 애플 제품 사고 싶은 사람 저요. 전 폰도 갤럭시인데...
왓챠에서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기술이 적용된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틀어봤거든요. 공간음향 기술을 지원하는 영화가 왓챠에 몇 편 있어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이 제 뒤통수에서 이마로 향하더군요. 슈~~~~~~~웅. 서라운드로 소리가 사방을 관통합니다.
절로 그 말이 나와요. "와 진짜 찐이다 이거"
물론 "굳이 그런것까지 써? 난 유선 이어폰으로도 충분해!" 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무선이어폰 에어팟도, 고급형 에어팟 맥스도 필요없긴 합니다 ㅎㅎ 공간음향이니, 노이즈캔슬링이니 무슨 의미겠어요. 소리만 잘 나오면 되죠.
하지만, 전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은 고가의 제품이 주는 기술적 완성도와 심미적 만족감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보통의 소비 이상의 소비만으로 누릴 수 있는 삶의 풍요로움이 분명 존재한다는 얘기죠.
재작년에 제가 제일 현명했던 소비가 필립스에서 30만원대 전동칫솔을 구매한 것이었고요. 작년에 제일 현명했던 소비가 30만원대 컴퓨터 의자를 구매한 것이었어요.
값을 하더라고요.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 힘을 덜들이면서 구석구석 이를 닦는 전동칫솔의 느낌이 다르고요. 재택근무하면서 허리를 잡아주는 컴퓨터의자의 느낌이 다릅니다.
큰 맘 먹고 지른 고가의 아이템이 저의 일상을 바꾼 것이죠.
아이템 뿐이겠어요. 고가의 서비스도 마찬가지죠.
요새는 오마카세를 먹으러 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일반 메뉴보다 2~3배는 비싼 오마카세를 먹을 땐 셰프가 직접 하나씩 무엇이 들어가있는지 설명해주잖아요. (전 오마카세를 먹을때만 음식을 하나씩 헤아려가며 먹는 느낌이 들더라는...ㅎㅎ)
테슬라나 볼보와 같은 수입차의 오토파일럿 기능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이 기능이 없는 차는 몰 수가 없는 거에요. 명절마다 고속도로 위에서의 피로도가 달라지는걸요. 장거리 여행에서 운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아시잖아요 ㅎㅎ
고가의 제품과 서비스가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 그 삶을 쟁취하거나 가끔은 누려보기 위해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겠죠. 일단 맛을 봤으니,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잖아요.
갑자기 예전에 예능 'TAXI'에서 배우 성동일 씨가 후배들이 "어떻게 연기를 잘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볼 때 했다는 답변이 떠오르네요. "연기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네가 갖고 싶고, 사고 싶고, 주고 싶은 게 많으면 연기를 잘한다"
가지고 싶은만큼 절실해진다는 얘기겠죠. 적극 동감하는 바입니다.
#홍키자 #애플 #에어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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