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몰입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빌 게이츠는 일년에 두 번, 한번에 일주일동안의 시간을 책 한보따리를 들고 자신의 오두막에 들어갑니다. 이 때 회사 직원들을 포함해 가족들까지 어느 누구의 방문도 허락되지 않는데요. 나홀로 보내는 이 시간을 게이츠는 '생각 주간(Think week)'라고 부릅니다.
이 기간 동안 별장을 찾는 사람은 하루 두 차례 음식을 넣어주는 관리인 뿐입니다. 게이츠는 일주일동안 수십편의 논문과 수 권의 책을 읽고요. 메모하고 틈틈히 생각을 정리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사이드 빌 게이츠>에서도 생각 주간의 풍경이 나오는데요. 그가 몰입할 때 책상 주변에는 이따끔씩 목을 축이는 다이어트 콜라 캔이 쌓여갑니다.
게이츠는 1980년대에 생각주간을 처음 시작해 무려 40여년 가깝게 자신만의 루틴으로 만들어왔습니다.
게이츠의 생각주간에는 평소 그가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도 읽지만요. MS 재직 당시에는 전 세계 MS직원들이 작성한 아이디어에 코멘트를 달았다고 전해집니다.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담은 보고서들을 한뭉텅이 가지고 갔죠. 빌 게이츠가 생각주간에서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사업전략 보고서를 무려 112개까지 읽은 적이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어요.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끝나느냐고요? 아니죠. 빌게이츠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관련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이메일로 알리고 지시합니다.
1995년 게이츠는 IT 기업 역사상 가장 통찰력 있는 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짧은 글, '인터넷의 조류'(Internet Tidal Wave)라는 글을 씁니다. 인터넷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인터넷이 기술과 산업 전반에 지각 변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글이었죠. 이 글을 생각주간동안 작성했고, 작성된 글은 곧바로 임직원에게 뿌려졌습니다.
게이츠의 생각주간 이야기를 접하면서 오해해서는 안 되는 게, 생각 주간은 휴식의 시간이 아닙니다. 명상을 하면서 머리를 쉬고, 릴렉스하는 시간이 전혀 아닙니다.
휴식을 하겠다고 만든 게 아니라, 제대로 시간을 들여 몰입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을 최소한으로 만들어 둔 것입니다. 게이츠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을 채우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것도 40년 가까운 시간을 그런 방식으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발전시킨 아이디어는 즉각 실제 사업에다 가져다 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시를 내려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구성원들은 빌게이츠의 생각주간에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픽' 되기를 간절히 바랐고요.
즉, 빌 게이츠는 자신만의 시공간에서 맘먹고 최대치의 집중력을 이끌어내 최선의 결과를 뽑아낸 것이죠. 몰입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왜 빌게이츠의 생각 주간을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느냐면...제가 요새 일상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쉴새없이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과 뉴스의 홍수 속에서 휩쓸려다녔습니다. 스마트폰 속 각종 업데이트 알림까지 수많은 알림 속에서 5분이 아니라 1분을 제대로 집중을 못했습니다.
그래서 게이츠의 생각주간이 큰 교훈을 줍니다. 하루에 몇 분, 일주일에 몇 시간, 한달에 몇 일 정도는 제대로 집중할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요. 거기서 쌓아올린 자신의 실력이 제 미래를 바꿀 것입니다.
단지 성실하게 매일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면 안되고요. 제대로 시간을 들여 에너지를 쏟고 공부를 하는지, 축적을 해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죠.
p.s 생각주간 이야기는 기사로도 읽었고, 다큐로도 봤고, 수없이 들었는데도 자극이 됩니다. 오랜만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를 다시 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