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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abella Hong 작가 Jul 05. 2020

우리 아이, 학교 갈 준비 되었나요?

-1. 분리 불안과 애착형성


나는 현재 한 호주의 사립학교의 5~7세 반 부 담임선생님으로 재직중이다.

이 Preschool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초등학교의 킨디로 진학할 준비를 하게 되니

꽤나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호주의 교육과정을 보면 사회가 호주에서 태어난 5-7세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하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아라.

이 세가지만 잘 해낸다면 너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문장을 읽는 많은 부모들이 강한 의구심을 가질 줄로 안다.

아이가 학교에 갈 준비가 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기만 하라고요?

그럼 바보가 되겠죠.

자고로 학교에 갈 준비란 어느 정도 글자를 익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적어도 책은 읽을 줄 알아야 할 것 아니예요?

수학은요? 숫자도 쓸 줄은 알아야죠. 아니아니, 더하기 빼기는 할 줄 알고 학교 가야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지지 않지요!


아마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의 아카데믹한 발달사항은 성공적인 학교 생활에는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내 아이가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건강히 살아남기를 원하는 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아이를 잘 관찰할 시간이다.

과연 내 아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먹는가? 잘 싸는 가? 그리고...잘 노는 가?


1. 내 아이의 분리 불안 증상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기 위해서는 이별을 잘 감당할 줄 알아야 한다.)


혹시 아침마다 아이와의 헤어짐이 여전히 힘겨운 부모님?

내 아이는 유치원에서 아직도 부모와 작별하는 것을 필요이상으로 힘겨워 하나요?


이미 7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겁내는 아이들이 있다.

이는 애착관계의 문제로부터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이가 부모와 너무나도 강한 사랑으로 묶여 있어 떨어지는 것을 겁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오히려 부모와 신뢰관계가 두터운 아이들은 쿨하게 부모와 작별인사를 한다.

그들이 일터에서 열심히 일한 후에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확신이 없거나, 긴가민가 불안한 아이들은 부모를 쉽게 미지의 세계로 보내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분리 불안, 즉 애착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부모가 아이와 장시간 함께 있고 아이를 타인에게 맡기지 않는 다면 애착문제는 해결이 될까?


여러 학자들이 이를 조사해 본 결과 

놀랍게도 부모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성공적인 애착형성과는 전혀 비례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아무리 긴 시간을 아이와 보낸다 한들 

부모와 아이간의 상호 신뢰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 중 한 명이 직업을 가지지 않고 아이와 긴 시간을 있는 것이

곧 아이의 정서 발달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하겠다.

오히려 부모 두 사람 다 직업이 있어서 바쁜 와중에도 아이와 매우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를 

나는 더욱 많이 보아왔다.


아이는 세상에 처음 태어나 가정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경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가정의 상황에 따라 두 번째의 사회 경험을 하게 되는 데 이 곳이 유치원이다.

그러므로 나는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직전 건강한 애착을 형성할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하겠다.


0세에서 많게는 3세, 적게는 몇 개월 가량의 시간을 가정에서 누군가와 건강한 상호 신뢰관계를 

맺지 못한 아이들은 유치원에 올 때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당연히 유치원 입소 후 한 달까지는 아이의 적응 시간이므로 그 이후의 상황을 말한다.)

그리고 이 시기 아이들에게 건강한 애착형성을 위한 두 번 째 기회가 오는 데, 

그것은 바로 유치원 선생님과의 만남이다.

유치원은 단지 아이들이 부모가 돈을 벌 동안 시간을 때우는 

안.전.히 부모를 기다리기만 하는 보호소가 아니다.

아이의 24시간 중 깨어있는 시간인 14시간 중 8시부터 6시까지 적어도 10시간 이상을 보내는

하루의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장소인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와 애착관계가 조금 불안정한 아이라 하더라도 

유치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건강한 두 번째 애착관계를 맺는 다면,

아이는 그것을 징검다리 삼아 새로운 모험 (친구 사귀기)를 향해 나아갈 원동력을 얻게 된다. 

그렇게 아이는 두 번째 기회를 통해 자신의 정서적 발달을 건강히 이루고 잘 먹고 잘 싸며 잘 놀게 된다.


그러므로 이미 7살이 된 내 아이가 아직도 분리 불안을 겪고 있다면

아이는 아직 큰 학교에 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아이는 아직 가정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신뢰가 두터운 인간관계를 맺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언제라도 늦지 않았다.

다만 몇 개월이라도 아이의 정서적 발달을 위해 작은 사회 (가정 혹은 유치원)가 서로 협력하여 

아이가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상호작용을 하고 신뢰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연습시켜 준다면

아이는 그 다음 해 초등학교에서 보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내가 맡고 있는 반의 아이들 중 분리불안이 심했던, 그리고 선생님과 부모의 협력으로

극복하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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