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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효승 변호사 Jul 09. 2024

변호사들은 왜 답이 다 다를까?

소송은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의뢰인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다른 변호사님은 이렇게 이야기하던데, 변호사님은 왜 그렇게 말하세요?', '상담하는 변호사님들마다 말이 다 다르네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같은 사건,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마다 예상하는 결과를 다르게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변호사 말이 맞고 어떤 변호사 말이 틀린 것일까? 경력이 풍부한 변호사가 정답인가? 판사, 검사 출신 변호사 말이 맞는 것일까?


정답은 '모두가 정답'이다.


소송은 수학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소송은 합의점을 찾다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법적 과정을 통해 그나마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이다. 판사가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에서 쌍방의 말과 증거자료를 보고 합리적인 정답이 무엇인지 선택해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판사도 제3자라는 것이고 서로의 말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증거물이다.


소송은 증거물들을 통해 사실관계를 유추하고 그에 맞는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어느 일방이 어떤 증거물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실관계를 그리고 있는지에 따라 결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로, 대여금 소송을 보자. 내가 누군가에게 1억 원을 빌려줬다고 하자. 나는 그 사람과 친분 관계가 있었고, 그 사람을 믿고 차용증을 쓰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돈을 변제하지 않고 그대로 잠수를 탔다. 내가 결국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에서 만났다. 이런 상황에서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대개는 증거자료로 최소한 '이체내역, 돈 갚아라고 독촉하는 문자, 카톡, 전화 등'이 있을 것이다. 위 자료를 가지고 소송을 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 이는 서로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사실혼, 약혼, 부부라면 증여주장을 할 수 있다. 사귀었던 여자친구, 남자친구, 애인이라면 증여 주장을 하면 된다. 반면에 내가 사업자라면 '투자금' 주장을 하면 된다. 


실제로 위와 같이 피고(소송당한 사람)가 되더라도 증거물을 찾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많이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문자, 전화 녹음, 메일, 이체내역, 결제내역 등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해서 정보가 저장되고 있기에 증거물들은 찾으려고 노력하면 차고 넘친다.


이렇게 같은 사건이더라도 상담 시에 상대방의 관계와 가지고 있을 만한 증거물들을 예측하여 사실관계를 확인 후 일부 변형, 수정하거나 추가 자료를 모아서 진행할 경우 예상되는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변호사의 역량이다. 예측을 잘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답이 되는 것도 아니고 소송은 진행하면서도 항상 변수가 많기에 정답이 다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같은 사건도 변호사마다 생각이 다르고 진행 방식도 다르며 결과도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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