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광주에서
5월의 광주를 다녀왔다. 한 달에 한 번 마감하는 평생교육 웹진 취재 차 후다닥. 1시간 반 취재를 위해 2시간 기차를 탔고, 또 다시 3시간 기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아침 9시 좀 넘어 집을 나섰는데 길을 나섰는데 돌아오니 밤 9시가 넘었다.
이번 인터뷰이는 평생 한글을 모르고 살다 일흔이 넘어서야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할머니. 77살 할머니는 매일 집에서 TV만 보다 아침에 일어나 마스크 쓰고 자전거 타고 학교에 와서 공부하니까 기분이 째진다고, 이제는 간판에 무슨 글씨가 적혀 있는지도 알겠고 ‘LG’라고 적힌 영어도 읽을 수 있어서 기분이 째진다고 했다. 그간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하며 할머니는 몇 번이나 눈시울을 붉혔고 몇 번이나 “이제 내가 호강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받침은 어렵지만 글씨를 읽고 쓸 수 있게 된 할머니의 꿈은 자서전을 쓰는 것이라 했다. 남들은 일기 한 장 쓰기 어렵다는데 할머니는 일기만 쓰면 몇 장씩 쓰게 된다고, 그러다 보면 지독하게 가난하고 힘들었던 세월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일기장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고.
할머니에게 말씀드렸다. 맞춤법은 중요한 게 아니고 일기를 몇 장씩 쓰실 수 있다는 건 이미 글쓰기를 잘하신다는 이야기라고. 하루에 한 장이라도 계속 글쓰기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그러다 보면 분명 마음도 정리가 되실 거라고.
기차를 타고 오면서 생각했다. 나의 삶을 글로 남기고 싶은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가볍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인터뷰 기사였는데 묵직한 질문이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