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환영:)
2010년 1월 25일. 제가 첫 회사에 입사한 날이에요. 올해가 2023년이니,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4년 차인데요. 드디어 저도 노션폴리오라는 것을 만들어 보았습니다(휴.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주소는 여기에!
저는 언론사에서 9년간 취재기자와 편집기자로 일했고요.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일하다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공동 창업해서 운영했어요. 사이드 프로젝트로 엄마를 위한 웹진을 공동 창간해서 운영하기도 했고요.
노션폴리오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됐던 지점은,
이 깨알같이 많은 결과물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였어요.
제 결과물은 주로 글이었는데요. 제가 언론사 다니면서 쓴 기사가 1000개가 넘더라고요. 편집한 기사도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그 정도 될 거예요(어쩌면 더 많을 수도?). 여기에 콘텐츠 에디터로 일할 때 결과물, 마더티브와 창고살롱에서 만든 콘텐츠, 개인적으로 쓴 글까지 더하면(이 브런치에도 200개 넘는 글이 쌓여 있죠)...
처음에는 가볍게 아카이빙 페이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노션폴리오는 제 개인을 위한 기록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잖아요. 어떻게 과거의 일 경험을 재배열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이걸 다 어떻게 정리해서 보여줄 것인가 고민될 때는 ‘무엇만 남길 것인가’를 생각해 봐요. 내게는 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 경험이지만 이 중에서 어떤 경험을 강조해서 전달할 것인가, 어떤 경험이 이 노션폴리오를 보는 사람에게 더 와닿을 것인가 고민해 보는 거죠. 쓰다 보니 글쓰기 방식과도 비슷하죠.
일단 제일 상단에는 ‘글을 다루고 판을 짜는 사람’이라는,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제 정체성을 한 줄로 정리해서 넣었고요. 핵심 역량이라는 말은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져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는 말로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의 키워드를 해시태그로 썼어요. 10년 넘게 일하면서 자주 생각했던, 그리고 지금도 자주 생각하고 있는 주제도 정리했고요.
그다음에는 지금까지 했던 일을 토글을 활용해서 한눈에 보기 쉽게 요약했고요.
더욱 자세한 포트폴리오는 이렇게 따로 페이지를 만들어서 정리했어요.
저는 제가 했던 일이 너무나 익숙하지만 처음 포트폴리오를 보는 사람은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이 서비스가 어떤 서비스인지 알기 어렵잖아요. 각 프로젝트의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에 대해, 제가 했던 일에 대해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하려고 했어요.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링크와 이미지도 적절히 활용했고요.
노션폴리오 작성법을 보면, 성과 중심으로 수치로 정리하라는 조언이 많은데요. 저는 콘텐츠에서 조회수 같은 수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콘텐츠의 가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와 동료들이 어떤 맥락을 갖고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각 프로젝트에 대한 회고 글도 링크를 넣었어요. 어떤 일을 했느냐 못지않게 그 일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도 중요하니까요. 링크에 들어가서 보시면 각 프로젝트 별로 정리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요. 일을 했던 기간이나 일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서 어떻게 하면 제가 했던 일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위에 있는 카테고리가 각 프로젝트별 포트폴리오라면, 저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글’에 좀 더 초점을 둔 카테고리를 만들어 봤어요.
역시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뽑아봤고요.
인터뷰, 강연 리스트를 한 곳에 모았고요.
제가 일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정리했어요. 아래 문장은 첫 번째 퇴사할 때 마음속에 새겼던 문장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마음에 와닿는 것 같아요.
노션폴리오를 만들면서 정말 수많은 레퍼런스를 참고했는데요(다른 사람이 만든 거 보면 내가 만든 게 너무 허접해 보여서 다 엎어버렸다가…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저처럼 데일리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기획자, 콘텐츠 에디터가 만든 노션폴리오는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도 셀 수 없이 많은 레퍼런스에 기대었으니 제 부족한 노션폴리오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첫 번째 회사 들어갈 때 이력서를 넣고 시험을 치고 입사한 후 이후에는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리어가 이어졌는데요. 이번에 처음으로 그동안의 커리어를 정리하다 보니, 결과물로 증명되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정리되는 느낌이더라고요.
눈 떠 보니 훌쩍 지나간 시간 같은데 그동안
내가 이런 마음을 갖고 일했구나,
이때 이 일을 할 때 이런 고민을 했지
떠올리게 됐어요. 좀 더 기록을 잘해둘 걸 아쉽기도 하고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브런치 글을 계속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안식년을 보냈어요.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하면서 고민이 많은 시기인데요. 혹시 제 노션폴리오를 보시고 '이런 일을 함께 해보면 좋겠다' 떠오르는 게 있다면 작은 제안이라도 좋으니 hong698@gmail.com으로 이메일 주세요. 주변에 소개해 주셔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