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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밀밀 Jan 06. 2023

출간 디데이를 앞둔 마음

말의 밀도가 높은 날

몸속에 말의 밀도가 높은 날에는 꼭 자다 잠에서 깬다. 많은 말을 들은 날, 많은 말을 한 날. 감정의 동요가 컸다면 더욱더.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책이 아직 인쇄되기도 전인데 책 홍보를 위해 팟캐스트 녹음을 하고 왔다. 300페이지 넘는 책을 PDF로 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인쇄 전이라 편집 중인 PDF 본으로 일단 공유했다) 책 표지부터 책 구성, 각 장에 나오는 캐릭터, 책 속 문장까지 꼼꼼하게 읽은 두 호스트의 다정한 질문을 듣는데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정말 내가 쓴 책에 대해 하고 있는 이야기가 맞지? 답변을 하면서도 현실감이 없었다.


오랫동안 내게 글은 혼자 쓰는 것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조회수가 올라가고 댓글이 달리기는 했지만 종종 아니 대부분, 글쓰기를 하는 시간은 아무도 없는 듯한 동굴에 ‘거기 누구 있어요?’라고 홀로 소리치는 일의 연속이었다. <나를 키운 여자들>에도 나오는 문구이지만, 글쓰기란 예정된 실패를 견디는 일이라 지레 기대하고 실망하고 또 기대하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썼던 글이 누군가에게 가닿아 ‘너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글을 쓴 거지?’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기다니. 내가 쓴 글에 대해 이렇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책이 나오면 이런 일이 더 많이 생길까, 기대를 품었다가 ‘아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이 너무 크지’ 마음을 다잡는 나를 발견한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기대하는 일이 조심스럽다. 그 기대는 필연적으로 충족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집에 돌아오니 편집자님이 책에 들어갈 굿즈 시안을 보여주셨다. 표지는 이렇게 나올 거고, 굿즈는 이렇게 제작이 될 거라는 설명을 들으며 설렘과 긴장이 묵직하게 몰려왔다. 이제 진짜 책이 나오는구나.


얼마 전 편집자님에게 보낸 메일에서 그런 고백을 했다. 언론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할 때 내 글도 누군가 이렇게 정성스레 다듬고 예쁘게 포장해 줬으면 좋겠다는 꿈을 오랫동안 품어왔는데 이번에 책을 내면서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좋은 일이 생기면 그냥 기뻐하면 되는데 왜 습관적으로 ‘내가 이런 좋은 일을 겪을 자격이 있는 걸까‘, ’그다음에 나쁜 일이 오지는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젯밤에도 자다 깨서 오랫동안 잠들지 못한 걸까(팟캐스트 녹음하면서 마신 커피 때문일지도).


책 출간일은 1월 16일로 정해졌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홍보하는 것! ‘뻔뻔해지자’는 주문을 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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