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억할 인터뷰의 순간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밖에서 사진부터 찍을까요?"
-사진작가인 민정님의 제안에 인터뷰이와 함께 스튜디오 밖으로 나왔다. 지하철역을 지나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오느라 긴장했을 인터뷰이를 위한 민정님의 배려였다. 마침 인터뷰 시작 전에 봐둔 장소가 있었다.
-평일 오후 경로당 앞 놀이터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어색하거나 민망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인터뷰이는 해맑은 얼굴로 미끄럼틀 위로 폴짝 뛰어올라가 포즈를 취했다.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쨍하게 파란 하늘 덕분이었을까. 햇살도 바람도 딱 적당했던 날씨 때문이었을까. 오직 이 순간만을 살고 있는 사람의 얼굴은 참 눈부시다고 생각했다.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인터뷰이가 "초면이어서 이 정도 했다"라고 농을 쳐서 나도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아니, 구면이면 어느 정도이신 거예요?" 서로 긴장을 푼 덕분에 구면처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매번 좋은 순간을 마주하기는 어렵다. 왜 이 질문에 이렇게밖에 답을 못하는 걸까, 좀 더 깊이 있고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도 있을 텐데, 아쉬운 마음에 두 번 세 번 질문을 바꿔서 다시 던져봐도 인터뷰가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모든 삶에는 고유함이 있고 그래서 모든 인터뷰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삶을 깊이 오래 들여다 보고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경험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는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인터뷰를 누군가 읽을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늘 했던 인터뷰는 명백하게 전자였다. 뇌를 깨우고 마음을 흔드는 인터뷰. 인터뷰이의 언어를 단정하고 곱게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내놓고 싶어 근질근질해지는 인터뷰. 집에 돌아왔는데 인터뷰이가 '두 분께 받은 에너지로 또 저녁을 살아보겠다'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나도 그 말을 똑같이 돌려주고 싶었다. 당신에게 받았던 에너지로 또 다른 인터뷰를 계속 이어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