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라는 일] 새로운 세계를 쌓아 올리는 일
-인터뷰를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을 만난다. 인터뷰이의 말과 표정에 흠뻑 빠져 들어 내가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 순간. 인터뷰이의 입에서 단어와 문장이 흘러나올 때마다 내 안에 있던 편견과 무지가 무참히 깨지는 순간, 이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순간. 명희님과의 인터뷰가 그랬다.
-명희님은 중증 장애를 가진 12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평범함’과 ‘평범하지 않음’을 구분 짓고 ‘더 나은 세계, 더 괜찮은 세계’로 성실히 나아가던 명희님의 세계는 “언제까지고 아플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산산이 부서진다.
-현실 부정, 회피, 자기혐오, 죄책감… 명희님은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쓰며 자신이 마주한 현실을 “토할 때까지” 들여다본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내가 그토록 집착했던 평범함의 세계는 대체 무엇이냐고. 그런 세계가 애초에 존재하기는 하는 것이었냐고. 명희님은 아이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쌓아 올린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현재에만 집중하면서.
-<커피는 내게 숨어 있다>와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를 읽고 명희님과 인터뷰를 나누면서, 내가 붙들고 있던 세계에도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둘러싼 우주를 치열하게 들여다 보고 언어로 정리한 사람의 목소리에는 타인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놀이터에서 아이처럼 신나게 사진을 찍던 명희님의 모습은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명희님의 유쾌함과 다정함도. 인터뷰를 하고 원고를 쓰면서 정호승 시인의 시 '산산조각'이 자꾸만 맴돌았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인터뷰 전문은 '지학사 엄빠공감' 블로그와 '나의 엄빠일지'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다. 블로그에서 댓글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