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한담

고무신과 소시지

by 홍난영

함덕 해변에 놀러 갔다가 제단을 하나 발견했다. 예전에도 자주 왔던 해변인데 바다만 바라보고 가거나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고 돌아갔던 터라 거기에 제단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꼬마 아이, 그것도 아주 어린아이가 신을법한 크기의 고무신이 두 켤레 놓여있었다.


쯧쯧, 아이들이 일찍 세상을 떠났나 보네.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아이들이 왜 그토록 이른 이별을 해야 했을까 싶어 마음 한 편이 짠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코 끝이 더욱 찡해진다. 조막만 한 고무신 두 켤레 옆에 참외 2개와 소시지(천하장사 같은 것) 2개가 놓여있는 게 아닌가.


애들이 소시지를 좋아했구나...


소시지를 올려놓았을 어미의 마음이 어땠을지 나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저 나그네 입장에서 행복하라 빌어주는 수밖에.


-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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