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단에 함께 가주었던 제주민 K는 7박 8일의 여행기간동안 절반은 나와 동행해주며 가이드를 해주었다. 그 중 하나가 가시리에 있는 ‘조랑말 박물관’이었다. 가시리는 표선면에 있는 곳으로 제주도 동글뱅이에서 남동쪽에 있는, 그렇지만 한라산 쪽에 가까운 동네다.
가시리엔 ‘갑마장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조선시대 최고의 말을 키우던 곳이 ‘갑마장’이라고 한다. 갑마장이 내려다보이는 따라비오름과 말들이 나가지 못하게 담을 쌓은 ‘잣성’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을 연결해 갑마장길을 만들었다. 그중에서 짧은 경로의 길을 ‘쫄븐 갑마장길’이라고 한다. ‘쫄븐’은 제주어로 ‘짧은’이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쓰기로 한다.
어쨌든 늦은 오후에 조랑말 박물관까지 들리다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한라산과 가까운 동네를 ‘중산간’이라고 부르는데 이 중산간 도로엔 가로등이 거의 없다. 그렇다보니 라이트를 켜도 길이 잘 안보였다. 너무 어두워 길이 안보인다고 투덜대자 K는 쌍라이트를 키라고 했다. 쌍라이트요? 그게 뭔데요?
아, 산천단에 이은 굴욕 2탄이다. 쌍라이트는 상향등으로 어두운 길에서 더 멀리까지 볼 수 있게한다. 굴욕 3탄이 이어진다. 상향등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켜는지 알 수 있는가.
“어떻게 켜요?”
모르긴 몰라도 K는 입이 떡 벌어졌을거다. 나야 하향등을 켜고 안 보인다고 길을 노려보고 운전했으니 알 수가 없었지만.
“전조등 키를 밀어요.”
“어디로 밀어요?”
“몸 반대쪽으로 밀라구요.”
급기야 차를 세우고 시범을 보여주었다.
“이거 켜고 달리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하향등으로 바꿔야해요. 안 그러면 눈 터져요.”
신세계였다. 웃픈이야기지만 상향등의 기적(?)에 환호했다. 이렇게 나는 운전스킬이 +1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