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흘리에 있는 숙소에서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숙소 사장님이 목욕권 한 장을 주며 뜨거운 물에 푹 담갔다 오라 하셨다. 아침 일찍 나가 하루 종일 쏘다니다 저녁에나 들어오니 내 몰골이 끝내줬나 보다. 하기사 하루 종일 운전하고 돌아다니는 게 이어지면 피곤이 쌓이지 않겠는가.
조그만 목욕권을 받아들고 어두운 중산간 길을 ‘쌍라이트’ 켜고 달렸다. 목욕탕이 있던 곳은 어느 바닷가 앞이었다. 꽤나 번화한 바닷가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함덕 서우봉 해변’이었다. 나는 목적지가 있으면 그곳을 향해 직진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옆을 보기도 하지만 그 폭이 넓진 않다. 그날의 목적지는 목욕탕이었으므로 서둘러서 목욕탕으로 직진했다. 바다 따위!!
( 관련 글 : 쌍라이트 https://brunch.co.kr/@foodsister/14 )
그때가 8시였나? 9시였나? 아마 목욕탕 문을 닫는 시간이 9시였다면 내가 들어간 시간이 8시였을 거고, 문 닫는 시간이 10시였다면 내가 간 시간은 9시였을 거다. 요는 문 닫기 1시간 전에 들어갔다는 거다. 두리번대며 들어가니 직원분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이게 무슨 질문인가. 어떻게 들어오다니. 계단을 올라 들어갔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표소는 마감을 했는데 어떻게 ‘돈도 안 내고’ 들어왔냐는 거였다. 아, 그러고 보니 매표소가 막 문을 닫으려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내겐 목욕권이 있었기에 상관없이 그냥 들어간 거다. 이 사실을 이야기하며 목욕권을 보여주자 이런다.
“여긴 24시간 아니에요. 잠은 잘 수 없어요. 1시간 뒤에 마감이니 금방 나오셔야 하는데 괜찮아요?”
뭥미? 나는 몸만 담갔다 갈 건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뭐. 나는 그렇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은근 기분이 나쁜 거다. 내 몰골이 얼마나 초췌했는지 몰라도 잘 생각은 없다고. 나에겐 번듯한 숙소가 있다고!!,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그럴 용기는 없었다. 셧더마우스하고 후다닥 탕으로 들어갔다.
아, 그런데 뜨뜻한 탕 속에서 지지는 내내 아주머니의 말이 계속 떠오르는 거다.
“빨리 나와야 해요.”
내가 또 룰이 정해지면 어지간하면 지키려고 하는 사람 아닌가. 여유 있게 40분간 지지다 10분 샤워하고 나오면 되는데 빨리해야 한다는 ‘게임의 룰’이 나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아오씨, 신경 쓰여 죽겠네.’
나는 20분 만에 탕에서 나와 샤워도 후딱 하고 마감시간 30분 전에 나오고 말았다.
내게도 가끔은 ‘생까는’ 배짱(?)이 있었으면 좋겠다. 숙소에서 여기까지 약 10km를 달려왔는데 이게 뭐람. 제대로 지지 지도 못하고. 괜히 왔어. 속상함에 근처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들어왔다. 문제는 그 다음날 아침까지도 이어졌다. 그날 저녁 맥주를 마셨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맥주캔을 들고 숙소를 나왔다는 거다. 나의 소심함은 끝이 어디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