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21.)
- 사료
다른 집 강아지들도 생후 6개월 이상 되면 없어서 못 먹던 사료를 어느 날 갑자기 먹지 않는 현상을 겪나보다. 사료 던져주면'이라고 검색하니 주르르 나온다. 상황을 읽어보니 아주 똑같았다. 어쨌든 결론은 먹을 때까지 그냥 두라는 거. 시간 되면 사료 주고, 안 먹으면 치우고.
아침은 던져주며 먹이긴 했다. '피융~~' 소리 내면서 미사일이 떨어지듯 툭. 탐탐이는 냠냠.
- 닭 가슴살 간식
간식 금지령 때문에 산책 갈 때도 사료를 들고 가야 했다. 하지만 탐탐이는 먹지 않고 틱, 뱉어내기만 했다. 내가 볼 땐 이게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산책 중간중간에 뭘 그렇게 주워 먹는데 예전엔 간식으로 꼬시면 입에 있던 걸 뱉고 간식을 먹었다. 그리고 와야 할 때 간식을 주면 잘 와주었다. 그런데 사료로는 그게 안됐다. 유난히 뭘 더 많이 주워 먹는 것도 같고.
나는 강력히 요구했다. 산책할 때는 닭 가슴살 간식을 인정하라!!
승인되었다.
- 산책
동네 숲길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기에 데려갔다. 요술상자는 동네 숲길에 갈 땐 되도록 따라가겠다고 했다. 자기도 운동할 거라나.
탐탐이는 길 옆의 돌 위에 서서 그 너머를 보는 걸 좋아한다. 산책하는 내내 그러더라. 굳이 돌 위에 올라서지 않아도 다 보이는 것을 왜 그러는지... 마음속에선 두 마리의 탐탐이가 싸우고 있겠지.
"그냥 건너가 버리라구! 저쪽 냄새 맡고 싶지 않아?"
"안돼, 엄마가 싫어할 거야. 그냥 구경만 잠시 하자."
그런데 웃기기도 하다. 돌 안은 '길'이고 돌 밖은 '숲'이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전부 숲길이다. 돌에 의해 경계 지어진 세계. 생각해보면 나 역시 안에 있는 '길'이라는 세계에 발 딛고 밖의 세계를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 생각하고 밖은 흥미롭다. 사실 그게 그거지만. 하지만 역시 안과 밖이 함께 있어야 숲길이 된다. 그리고 비로소 좋아하는 공간이 된다. 신기하다. 탐탐이 덕분에 이런 생각도 해본다.
- 사료 2
내가 잠깐 뭘 하는 동안 요술상자는 탐탐이에게 점심을 줬나 보다. 다른 방에 있었는데 사료 씹는 소리가 아주 경쾌하게 들렸다. 어랏, 저 녀석 먹는 거야?
나와보니 접시에 사료를 담아줬더라. 그동안 움푹 패어 머리를 넣고 먹어야 하는 그릇이 싫었던 게냐? 이 글을 페북에 남기니 자신이 비치는 그릇을 싫어하는 강아지들도 있단다. 심지어 자길 보고 놀라는 애도 있다고.
- 빗질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빗질을 했었다. 그땐 어리버리 정신없었을 때여서 그랬는지 빗질에 큰 거부감은 보이지 않았다. 그게 그런대로 습관으로 굳었나 보다. 기분 좋을 땐 빗질하라고 드러누워주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요술상자는 흔들렸다. 간식 금지령을 자기 입으로 선포했는데 녀석이 말을 넘나 잘 들어.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인지 양치 껌 반 개를 주기로 했다. 탐탐이는 환장하고 먹었다. 순식간에 다 먹고는 또 없는지 찾는다. 이때 요술상자가 말하길.
"찾으면 뭐 해. 이미 니 입속으로 다 들어갔는걸~ "
- 산책 2
닭 가슴살 간식의 효과가 대단하다. 척척 앉고, 척척 온다.
- 사료 3
역시 접시에 사료를 줬다. 좋다고 먹는다. 뭐냐 이 녀석. 깨끗이 클리어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주니 또 클리어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어제의 규칙은 오늘 적용되지 않는다. 함께 했던 두 달 내내 그랬다. 성장한다는 건 규칙을 뛰어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탐탐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제주에 정착한 언니들의 이야기 https://www.facebook.com/jejutamt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