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탐탐이와 제제 #72 똥쟁이 쉬쟁이

by 홍난영

(2018. 3. 8.)


아침에 일어나니 누군가가 거실 카펫에 똥을 싸놓았다. 이번만큼은 범인(아니 범견)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어제는 탐탐이가 프론트라인을 발랐기에 제제는 내 방에 갇혀(?) 잤기 때문이다. 제제는 새벽에 거실에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니 범견은 탐탐. 이런 똥쟁이(사실 이런 일이 가끔 있었다).


어쩌다 제제는 김치냉장고를 기둥 삼아 쉬야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쪼그려 쏴를 하더니 점점 서서 쏴를 한다. 그러다 보니 찍~ 포물선을 타고 김치냉장고 사이사이로... 배변 패드로 냉장고를 감싸보지만 주변에 튀는 것까진 막을 수 없다. 불쌍한 김치냉장고~


맞아. 인간 입장에서 쓰는 거야. 아니 내 입장에서 쓰는 거야. 사실 니들은 똥쟁이, 쉬쟁이가 아닐 수도 있어.


- 먹이는 건들지 마라


우와. 이번엔 진짜 싸움이었다. 확실히 장난과 싸움은 달랐다. 싸움이 일어난 배경은 이랬다.


밥과 간식은 거실과 방에서 따로 먹였었다. 그런데 어설프게나마 거실의 공간을 둘로 분리해놨기에 거실 각 공간에서 먹여보기로 했다. 난 탐탐이를, 요술상자는 제제를 담당했다. 간식을 주니 탐탐이가 지 것을 조금 먹다가 제제 쪽으로 갔다. 그 표정을 봤는데 단순하게 '제제 꺼나 뺏어볼까?'였던 것 같다. 여태까지 둘은 서로의 장난감을 뺏어왔으니까. 먹이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전에 요술상자가 말하길 '제제는 자기 먹이를 건드리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라고 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탐탐이가 제제의 간식을 건들자마자 제제가 탐탐이를 바로 공격했다. 깜짝 놀라 말렸고 흥분한 탐탐이를 내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다행히 둘 다 다친 곳은 없었지만 '이것이 싸움이다'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 사건은 제제의 배변판이 도착하고서다. 탐탐이가 있어도 배변 교육은 해야했기에 별생각 없이 제제가 배변판 위에 올라가면 먹이를 줬다. 그런데 옆에 있던 탐탐, 또 어슬렁거린다. 이번엔 뺏어 먹을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가까이 오자 제제, 바로 으르렁거리더라. 할 수 없이 탐탐이를 내 방으로 데려가 교육이 끝난 후 풀어줬다.


아마도 제제는 보호소에서 늘 그랬던 모양이다. '먹이를 지키기 위한 행동'. 그러다 더 힘센 놈에게 걸리면 여기저기 물렸었겠지. 실제로 작은 상처가 여러 군데 있다. 탐탐이가 아무리 장난을 걸어도 거의 다 받아주던 녀석인데 먹이를 건드리는 것만은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알았다. 네 먹이는 지켜주마.


sticker sticker


▼ 싸우고 나선 또 저렇게 붙어 있다. 좌 탐탐 우 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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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분리 & 장난감 조절


거실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눴다. 실험 삼아 해본 거라 빨래 건조대와 박스로 얼기설기. -.-; 사진으로 보여주긴 민망스러버서 패쑤. 어쨌든 처음엔 서로의 공간을 탐색하더니 1~2시간쯤 지나니 서로의 자리에서 잠을 잔다. 지금도 나뉘어서 잘 자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장난감을 두고 서로 싸워서 공평하게 똑같은 장난감을 던져줬다. 사람 발은 두 개이고 우리 집엔 강아지가 두 마리 있으니... 아이고 발이 두 개인 게 어찌나 고마운지~ 각각 슬리퍼 한 짝과 양말 한 짝씩 제공했다. 그렇게 하니 서로 갖겠다던 행동이 좀 줄어들었다. 처음엔 어색했을지 몰라도 이젠 편안해하는 것도 같다.


- 제제 산책


어제 오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 오전까지 비가 왔었다. 그래서 비 그친 오후에 출동. 그런데 바람이 꽤 많이 불어서 옷을 입혀 나갔다. 옷 돌려막기다. 지인에게 선물 받은 탐탐이 옷을 제제에게 돌려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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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처음 입어보는지라 매우 어색해했다. 탐탐이도 처음엔 그랬다. 놀라웠던 건 현관문을 나서서 엘리베이터까지 수월하게 왔고 엘리베이터도 스스로 탔다. 나이스~ 산책도 비교적 잘 했다. 똥칠도 안 하고 젠틀하게 끙아하고 쉬야했다. 사실 쉬야는 조금 질질 쌌지만 이 정도면 나이스~ 뿌듯하다 뿌듯해.


사실 제제는 우리와 같이 살려고 무진장 노력하는 게 보인다. 물론 개 특유의 본성과 녀석의 성격 등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 외엔 우리에게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짠하기도 하다.


- 탐탐 산책


바람이 불어 털이 긴 탐탐이는 쭈그리가 되었다.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 내일 제제 병원 갈 때 병원 내에 있는 미용실에 예약을 하고 와야겠다.


▼ 덥수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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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오는 엘리베이터에 보니 간식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제제 먹으라고 던져준 건데 녀석이 떨려서 못 먹었나 보다. 탐탐이가 낼롬 드셨다.


- 제제, 소리와 짖음


탐탐이가 산책하고 있을 때 요술상자는 제제에게 노즈 워크를 시켰다. 하지만 제제는 외부의 소리에 민감해서 집중을 못 하더란다. 제제는 외부 소리에 정말 민감하다. 입양되면서 내내 나랑 같이 잤는데 조금만 소리가 나도 벌떡 일어나 컹컹 짖었다. 낮에도 자주 그런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밖에 나가보는 척하면서 손을 내밀고 '괜찮아~'라고 말해주었다. 요즘은 우리의 행동을 보고 안심을 하는 듯하지만 마음의 안정까진 되지 않는 것 같다.


요술상자는 그 모습을 보고 보호소 상황을 떠올렸다고 했다. 안에 갇혀 있으면서 주변 개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제제는 밖의 상황을 볼 수 없으니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을 거다. 사실 이 이야기는 내가 얼마 전에 요술상자에게 했었다. 근데 그땐 정신이 없었는지 못 들었다고 한다.


보통 보호소에선 10~15일 정도 보호받다가 안락사를 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제제의 경우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겠으나 거의 3개월이 지나도록 살아있었다. 그 덕에 우리가 데리고 올 수 있었던 거다. 생후 4~5개월 때부터 3개월을 보호소에 있으면서 주변 개들이 없어지는 경험을 거의 날마다 했을 거다. 심지어 함께 붙어있던 탐탐이까지 어느 날 사라지지 않았던가.


그 마음을 치유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괜찮다'라는 것을 열심히 행동으로 보여주고 안심시켜 줘야 한다.


- 피리 부는 아줌마


요술상자는 피리 부는 사나이 아줌마다. 그녀가 왔다 갔다 하면 두 마리의 강아지들이 졸졸졸 쫓아다닌다. 거실의 두 공간. 앞으로는 탐탐이의 공간을 T 공간, 제제의 공간을 J 공간으로 불러보자. 요술상자는 J 공간에 제제를 불러 방석 위에 앉히게 하고 쪼르르 T 공간으로 이동, 탐탐이를 앉히려고 '탐탐~'하며 뒤돌아봤는데 제제가 있었다. J 공간에도 제제, T 공간에도 제제. 응?


나는 이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 제제는 방석 위에 앉았다 바로 일어나서 요술상자를 따라갔던 것. 그런 줄도 모르고 본인은 피리 부는 아줌마니 당연히 탐탐이가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 요술상자는 털북숭이가 아닌 제제가 다시 등장하자 당황하더라. 푸하하하~ 난 빵 터지고 말았다(일부로 말 안 했지롱~).


피리 부는 아줌마의 효력은 제제에게 더 강력한 것 같다.


▼ 공간은 분리했지만 가끔은 아래 사진처럼 다정하게 붙어 자기도 한다. 좌 제제 우 탐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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