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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난영 May 04. 2018

[생각] 맷돌과 바늘

국수 공부를 할 때 맷돌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깜놀했었다. 나에게 맷돌은 어릴 적 외할머니가 콩을 갈 때 쓰던 시골의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 맷돌이 인류의 식량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알면서 경이로워 보이기 시작했다. 박물관에 갈 때마다 맷돌의 모습을 보며 감탄을 했다. 


밀은 단단해서 그냥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단단한 무언가로 갈아야 먹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맷돌이다. 가루가 된 밀로 죽을, 빵을, 그리고 국수를 해 먹으며 인류, 특히 서양인들은 살아왔던 것이다.


사실 지금의 맷돌은 갈판과 갈돌로 시작되었다. 그전 버전도 있는지는 확실하게 모르겠다. 넓적한 돌(갈판) 위에 밀알을 올려두고 긴 돌(갈돌)을 밀며 가루로 만드는 방식이다. 


아래 사진은 청주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왼쪽 사진의 왼쪽 아래를 자세히 보면 어떤 자세로 곡식을 갈았는지 알 수 있다. 



갈판과 갈돌로 시작된 도구가 맷돌로 진화한 것은 얼마나 혁신적인 일인가. 두 손으로 열심히 갈아도 잘 갈리지 않던 곡식을 한 손으로도 얼마든지 갈 수 있게 되었다.


아래 사진은 강화도 보문사에 갔을 때 찍은 맷돌 사진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내게 이 맷돌과 같은 존재가 또 등장했으니, 그것은 바늘이다. 그냥 바늘이 아닌 바늘귀가 있는 바늘이다.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싶었는데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가 정말 컸다. 동물의 가죽을 대충 끈으로 여며 입는 것과 내 몸에 딱 맞게 기워 입는 것은 빙하기에는 큰 차이를 만들어줬을 것이다. 아래 문장을 살펴보자.  


네안데르탈인이 산처럼 쌓인 눈과 오랫동안 지속된 영하의 날씨에서 얼마나 잘 견딜 수 있었는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들에게는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그것도 아주 작아 하찮아 보일 수 있는 것 한 가지가 없었다. 바로 뿔이나 뼈, 상아로 만들어진 바늘귀가 있는 바늘이다. - 《크로마뇽》 p.41


너무 평범해서, 너무 흔해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물건들이 생존에 있어 혁명적인 도구였다니! 이런 물건이 비단 맷돌과 바늘뿐일까. 앞으로도 (내 인지 속에) 계속 등장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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