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에 ‘성읍민속마을’을 찍고 달렸다. 내 머릿속에는 ‘한국민속촌’과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했다. 뭔가 그럴싸한 입구가 있고 그 옆에 안내소나 매표소가 있을 것이다. 입구를 통과하면 마을 형태로 구성된 민속촌이 있을 거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작은 문이 있는 성곽만 주르르 이어져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안내소도, 매표소도. 여기가 맞나? 내비가 미쳤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내 머릿속에 ‘선입견’이 있으니 내 눈은 계속 선입견을 쫓아다녔다. 그 비슷한 게 발견되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 일대를 뱅뱅뱅 돌게 되었다. 더 헷갈렸던 건 여기저기에 성읍민속마을 입구라고 쓰여있던 안내판이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마을에 들어갈 수 있는 걸까?
한참을 돌다 내 선입견과 비교적 비슷한 곳을 발견했다. 적당하게 주차할 공간이 있고 매표소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거기서 기웃거리고 있자니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셨다.
“민속마을 보러 오셨어요? 혼자 오신 건가요?”
“네. 그런데 화장실 좀 먼저 다녀올게요.;;”
가이드를 해주시려나 싶었다. 하지만 나는 도리어 그게 부담스러웠다.
'가이드 안 해주셔도 되는데… 둘이서 돌아야 한단 말이야?'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오니 아주머니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거 뭐지? 잘 됐다 싶어 '도망치듯(?)' 혼자서 마을을 돌았다. 제주 전통가옥(?)도 있고 흑돼지 한 마리가 있는 돼지우리도 있었다.
외갓집과 다르게 생긴 부엌도 재미있었고 제주하면 떠오르는 물허벅도 있었다. 제주사람들의 텃밭이라는 우영팟을 보며 혼자 ‘오오~’ 감탄하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람들은 성읍민속마을을 기반으로 나름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 같았다. 입구 앞에 식당을 차려 밥과 함께 마을 투어를 한다든지, 가이드를 해주며 마지막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로 데려간다든지. 아마 나를 맞이해주던 그분은 내가 혼자임을 알고, 또 실속이 없겠다는 판단하고 사라지셨던 것 같다.
아직도 마을 일대를 지나가면 많은 입구를 볼 수 있다. 내 추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없지만 많은 ‘입구’들은 여전히 헷갈림을 선사할 것이다. 나는 사실 꿈같다. 꿈속에서 놀다 온 것 같다. 그저 놀이동산의 유령의 집에 다녀온 거로 생각하련다. 살짝 무서웠지만, 재미는 있었으니까.
덧.
혹시라도 제주의 옛 모습을 보고 싶다면 성읍민속마을보다 표선에 있는 '제주민속촌'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개인적으로 그쪽이 훨씬 재미있었다. ^^ http://www.jejufol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