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0일을 추억하며)
세화 해변 근처에서 플리 마켓이 열린다는 정보를 얻었다. 벨롱장이라고 했다. 벨롱이 제주어로 반짝이라는 뜻이라나. 세화 바다도 처음이었고 플리 마켓도 처음이었다.
지금은 세화항 방파제에 길~게 열린다.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 품목도 다양해졌다. 내가 벨롱장에 갔을 때가 2014년 6월이었는데 그땐 위 사진처럼 조촐한 편이었다. 내가 갔을 땐 옆쪽에 있는 ‘세화 오일장’도 열리는 날이어서 좀 더 북적였던 것 같다.
참고로 세화 오일장은 5일, 0일에 열리는데 나만의(?) 외우는 방법이 있다. 세화 오빵(오빠). -.-; 외우기 쉬워서인지 이것만 유일하게 외운다. 다른 오일장은 언제 열리는지 당최 기억을 할 수가 없다. 맨날 잊어버려.
살까 말까 진짜 고민했던 ‘할머니가 손수 만든 태왁’. 아… 팔십오세 퇴직 해녀. 그런데 비싸. 내 기준으로 그렇다. 핸드메이드 제품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벨롱장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것이 비싸게 느껴졌다. 손으로 직접 정성을 다해 만든 거니까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은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지갑이 도통 열리지가 않는다. 조금 더 도를 닦아야 하는 건가.
사실 방에 걸어둔다는 것도 좀 애매하다. 나는 열혈 청소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멍마다 알알이 박힐 먼지들을 생각하면 매번 그냥 마음으로 간직하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휴대용 가스버너와 프라이팬만 있어도 충분히 흥겹게 음식을 팔 수 있는 곳. 아흥. 너무 재미있었다. 모자이크를 했지만 저 아주머니의 모습은 그야말로 ‘발랄’이었다. 뭣이 그리 행복하신 걸까? 하나 사 먹어보고 싶었지만 국수 여행 중이었기에 위를 비워놔야했다. 눈팅만 그득하게. 쩝.
볶음 고추장도 팔았다. 직접 볶았겠지? 하지만 이 역시도 국수 여행 때문에 밥을 해 먹을 일이 없어 패스했다.
사진을 찍진 않았던 모양인데 가장 재미있었던 건 ‘빈 병’을 200원에 팔았다는 거다. 공산품 파스타 소스를 먹고 난 후의 그 병을 깨끗하게 씻어서 팔았다. 문구는 이러했다.
“제가 직접 먹고 깨끗이 소독한 병”
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있으리라. ^^
나는 미처 준비해 가지 못한 버물리 하나 구입했다. 5천 원 주고. 7박 8일 여행 내내 소중한 도움을 준 친구가 되었다.
제주에 이사 와서 갔던 2015년의 벨롱장은 무척이나 성대해졌더라. 소독한 병을 200원에 파는 분들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모이니 소박함은 사라졌다.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고 맛이 있었다.
2017년, 다시 벨롱장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떤 모습으로 단장했을지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