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5일을 추억하며)
내가 묵었던 월정리 숙소엔 와이파이가 지원되지 않았다. 그 덕에 컴퓨터는 가져갔으나 사진 백업 받는 거 외에는 할 게 없는. 아, 와이파이의 위대함이란… 물론 폰으로 테더링 해서 사용해도 되겠지만 데이터 무제한이 아닌지라 요금 폭탄이 두려웠다.
TV도 없는 숙소에서 나는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책 한 권 가져간 게 있어서 그걸 주로 읽었다. 그때 읽은 책은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어느 날, 난 월정해변 앞에 있는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 확인할 사항은 역시 ‘와이파이’였다. 무턱대고 갔는데 와이파이가 제공되지 않으면 나는 마시지 않아도 될 음료를 마셔야 하는 꼴이니까. 그 순간만큼은 매우 야무진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돈을 쓸 순 없어. (그냥 나올 생각은 못함).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삐죽 얼굴을 내밀고 물었다.
“여기 와이파이 돼요?"
카페 사장님은 잠시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으며 ‘그럼요~’라고 대답해주셨다. 아, 다행이다. 그럼 여기서 오늘은 좀 놀아볼까나~
내가 갔던 곳은 ‘고래가 될’ 카페였다. 아 맞다. TV에서 본 거 같다. 진짜 예뻤는데. 그땐 이 카페가 월정리에 있는 건 줄 몰랐다. 월정리 숙소에 있으면서도 아침 일찍 국수 먹으러 나갔다 해가 질 무렵에나 들어와 방콕하고 있으니 이 카페가 있는 줄도 몰랐다. 나의 방콕스타일은 어딜 가나, 무엇을 하나 여전하다.
위 사진처럼 뻥 뚫린 사각 공간이 마치 그림을 걸어놓은 듯 예뻐 유명해진 카페였다.
카페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준비를 하고 있자 음료가 나왔다. 사장님께서 날 부르시는데…
“와이파이걸~ 음료 나왔습니다~”
그렇게 나는 와이파이걸되었다. ‘걸’이라 표현해줘서 그저 감사할 뿐.
인터넷 서핑도 하고 영수증 정리도 하고 있자니 사장님께서 다시 말을 거신다.
“여기 저녁 8시면 문 닫습니다. :)”
더 늦게 놀 생각도 없긴 했지만 카페가 그렇게 문을 일찍 닫는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하기사 저녁에 숙소로 돌아올 때 월정리는 조용했었다. 그렇다고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것도 아니었다. 하기사 카페가 뭐 새벽부터 오픈을 하겠어.
재미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성격 알잖은가. 8시 전에 나가야 한다는 게임의 룰이 작동되면 괜스레 마음이 급해지는 거. 빨랑빨랑 나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온몸을 재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나중에 뉴스를 통해 ‘고래가 될’ 카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임대료가 비싸 폐업하기로 했다고.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월정리엔 고래가 될 카페는 사라졌다. 아쉽다. 나는 ‘고래가 될’ 카페의 와이파이걸이었는데.
나는 정말 고래가 되어 큰 바다로 헤엄쳐 나간 거라고 믿기로 한다. 어이, 고래! 잘 살아. 와이파이걸은 널 응원한단다.
덧.
얼마 전에(2017. 3. 25) 월정리에 다녀왔다. 전과는 다른 분위기. 비가 왔는데도 엄청나게 사람들이 많다. 이제부턴 다른 바다를 다녀야겠다. 후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