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2일을 추억하며)
마라도에 들어갈 때 조바심이 났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뱃멀미’. 전라도에서 제주로 배를 타고 들어올 때 겪은 공포의 뱃멀미 때문에 서귀포 모슬포항에서 마라도까지 가는 30분의 항해를 내 위는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일단 의자에 거의 눕듯 앉아서 눈을 감았다. 몸에 힘을 풀고 반수면 상태로 들어가야 그나마 멀미를 덜하니까.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다. 별문제 없었다. 그날의 파도가 잔잔했던지, 그 정도 가까운 바다는 괜찮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무사히 마라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마라도의 낯선 풍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아, 이런 곳이구나. 그냥 짜장면만 파는 섬이 아니었구나.
보통 마라도에 가면 짜장면이나 짬뽕을 한 그릇 먹고 섬 한 바퀴를 도는 코스를 즐긴다. 그 작은 섬 안에 기독교, 천주교, 불교가 다 있다. ^^ 그래서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들 한다.
나도 2시간 텀으로 표를 끊은 것 같았는데 짜장면을 다 먹고 나니 얼레, 배 시간까지 30분밖에 안 남았데. 내가 짜장면을 늦게 먹은 것인가, 짜장면이 늦게 나온 것인가, 아니면 시간을 착각한 것인가.
마라도에 들어올 땐 나가는 배 표까지 끊어야 한다. 그래서 나가는 배 시간이 딱 정해진다. 혹시 몰라 전화를 걸어 배 시간을 늦출 수 없냐고 물으니 안된다고 했다. 왜 그렇게 시간이 긴박해졌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팩트’는 30분 이내로 마라도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는 거였다. 바쁘다 바빠~~
아무리 바빠도 짜장면 이야기는 잠깐 하고 넘어가자. 마라도 이야기하는데 짜장면을 빼놓을 순 없지. 무한도전에 나왔다는 원조집에 갔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처음엔 짜장면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매콤한 오징어볶음이 토핑 되어 있는데 그거랑 같이 비벼 먹으면 꽤 맛있다.
짜장면 위의 이파리는 방풍 잎이다. 저기다 짜장면을 싸먹으면 별미다.
단, 손님이 많아 시간이 지연되면 면이 불어서 거시기해진다. 배 시간 때문에 손님이 몰릴 가능성이 많은데 할 수 있다면 몰리는 시간을 살짝 비껴나가는 것도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다.
어쨌든, 다시 헐레벌떡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때만 해도 내가 다시 마라도에 올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언제 육지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슬포항까지 가서 마라도를 가겠는가. 그래서 책에 넣을 사진을 찍으려고 뜀박질도 못하는 게 정말이지 헐레벌떡 뛰었다. 뛰고 카메라 들이밀고, 또 뛰고 사진 찍고. 마라도를 그렇게 여행하는 애는 나밖에 없었을 거야.
하지만 후에 3번은 더 갔다. -.-; 괜히 뛰었어.
그래도 나름 정성을 다해 찍었다. 아니, 사실 그냥 찍어도 마라도는 참 예뻤다.
원래는 한 바퀴 돌아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다. 미칠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중간에서 끊었다. 마라도 등대가 있는 곳에서 가로질러 내려오고 말았다. 짜장면은 제대로 먹었지만 마라도 구경은 반 토막도 제대로 못한 셈이다.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나를 쥐어뜯을 수밖에.
2014년 6월, 땀을 뻘뻘 흘리며 마라도 반쪽을 뛰어다닌 나는 겨우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최남단에서 참 허무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냥 마라도에서 하룻밤 잘 생각으로 다음 배 시간에 배를 타려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보통 룰은 10~20% 정도의 변수를 감안하고 만들어지지 않나? 시간을 어겼다고 해서 절대로 마라도에서 못 나가진 않을 거 아닌가(못 나가는 거 아냐? 힉).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모범생처럼만 사는 사람은 꼭 일찍 나가떨어지던데. 수련이라도 해야겠다. 하루에 한 번씩 날라리(?)처럼 살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