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국수 3편
이번엔 수모루다. 자구리도 생소한 이름이었는데 수모루는 또 무엇인가. 알고 보니 자구리와 같이 수모루도 지역 이름이었다. 모루는 마루, 즉 언덕을 뜻하고 ‘수’는 수레를 말한다고 한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 아낙들이 수레를 끌다 이 언덕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서 붙은 지명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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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을 따서 국수의 이름을 지은 수모루 국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국수를 뜻하지 않는다. 새로운 국수인 셈이다. 사장님 부부는 이 국수를 개발하기 위해 몇 년을 투자했고 결국 특허까지 내셨다고 한다.
국물이 자작한 차가운 국수인데 겨울에는 일반 차가운 육수를 내고 여름에는 슬러시 형태로 낸다. 면도 그냥 생면이 아니다. 생면은 생면인데 주문과 함께 가게에서 면을 뽑아내어 삶아낸다. 그래서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작은 가게에서 이게 쉽지가 않을 텐데 해내고 있었다.
또 가게가 정말 깨끗하다. 여긴 손님이 필요한 것을 셀프로 가져다 쓰는 방식이다. 테이블 하나에 밥 먹으면서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딱 준비가 되어있다. 그뿐이 아니다. 물을 가지러 갔더니 물통 옆에 멸치육수 통도 있었다. 물과 멸치육수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도록 작은 쟁반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거 완벽한데.
멸치육수는 정말 멸치육수였다. 당연한 걸 뭘 그리 놀라며 말하냐고? 진짜 멸치육수라서 그런다. 그 외의 것은 들어있지 않았다. 심플한, 그래서 자극적이지 않는 깊은 맛의 육수였다. 이쯤 되니 수모루 국수가 굉장히 궁금해진다.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
수모루 국수에 앞서 함께 주문한 왕 주먹밥이 나온다. 주먹만 한, 김으로 잔뜩 둘러싸인 동그란 주먹밥을 반으로 갈라 먹고 있으면 국수가 나온다.
수모루 국수엔 어떤 양념소스가 살짝 올려져 있었다. 혹시나 해서 톡 찍어 먹어보니 콩가루 맛이다. 국수가 콩가루 맛인 건가? 자작한 국물에 휘휘 저어 풀어 먹어보니 이번엔 들깨 맛이다. 이건 뭐지? 사장님께 들깨가루를 넣으신 거냐고 물으니 그건 또 아니란다. 뭔가 익숙한 맛도 나고 아닌 맛도 난다. 뭐라 규정할 수가 없다. 옆에서 사장님은 ‘절대 비밀~~’이라고 웃으며 말하셨다. 함께 간 친구는 옆에서 이 국수의 맛을 알아내고 싶다며 불타오른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았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밍밍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독특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국수 맛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다. 미안하다. 궁금하면 직접 먹어보는 수밖에 없다. 혹시 이 자체가 마케팅?
가게는 작다. 내부에 테이블 2~3개가 전부다. 하지만 비닐천막을 쳐놓은 외부가 조금 더 넓다. 이런 구조의 가게에 가게 되면 이상하게 꼭 밖에서 먹고 싶어 진다. 겨울엔 온풍기가 준비되니 차가운 수모루 국수를 먹어도 춥지 않다.
나는 작은 것 하나라도 장인정신을 발휘해 내어놓는 사람들을 보면 자극을 받는다. 신기한 건 그분들은 그 자체로 행복해한다.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그것에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즐거워한다. 수모루 국수 사장님 부부도 그랬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단다. 행복이란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며 완전한 것이라고. 이게 곧 장인정신 아닐까.
나는 여기에 좀 더 보태본다. 많은 사람에게 통할 수 있으면 더 좋다고.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에 먹칠을 하는 걸지 몰라도 돈이 너무 없어도 불행해지니 단골 정도는 있어주면 좋지 않을까?
수모루 국수에 대해 SNS에 올려놓으니 조미료 안 들어간 이 독특한 국수의 맛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있었다. 아마 그들은 그곳에 들려 맛을 볼 것이다. 그리고 입맛에 맞으면 단골이 되겠지. 추천도 할지 모른다. 이게 내가 이야기하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