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다른 냉우동 두 그릇

시원국수 2편

by 홍난영

제주여행 중 동네 중국집에서 냉우동을 판다는 소식을 접했다. 보통 중국집에선 중국식 냉면을 파는데 그럼 여긴 중국식 냉우동인 건가? 그렇다면 우동에도 땅콩버터가 올라오는 걸까?


내 추측은 대체적으로 맞았다. 이 집의 냉우동의 모습은 이랬다. 먼저 그릇은 냉면그릇으로 사용함직한 스테인리스 그릇이었다. 예상대로 땅콩버터가 뿌려져 있었고 양 옆으로 채 썬 오이와 계란지단이 있다. 그리고 듬성듬성 썰린 고추가 육수 위에서 떠다닌다. 휘휘 저어보니 어쩐지 면은 짜장면의 면 같다. 그리고 사각 얼음이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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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콘셉은 중국식 냉면이되 칼칼한 고추를 넣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었고 면은 가장 잘 뽑을 수 있는 짜장면, 그리고 이름은 냉우동이었다. 뭐지 이 콘셉? 제주식 냉우동인건가? 제주동네식 냉우동인건가?


K와 중국집의 우동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몰랐던 사실은 중국집에도 우동을 판다는 거였다. 내가 눈이 똥그래져서 ‘정말요?’하고 물으니 ‘우짜(우동, 짜장면)로 통일~’ 이런 식으로 주문을 하곤 했단다. 나는 그간 중국집 우동을 못 먹어봤지만 K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 동네 중국집에서 냉우동을 파는 것이 단번에 이해가 됐다.


그 후에도 가끔 제주에서 ‘동네 중국집’에 갔는데 많은 곳이 여름엔 계절 음식으로 ‘냉우동’을 팔고 있었고 그 모습은 처음의 그것과 비슷했다. 제주 특유의 냉우동이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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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비양도가 보이는 우동전문점에 간 적이 있다. 그곳은 (아마도) 외지인이 차린 듯한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면을 반죽하고 써는 모습이 먼저 보인다. 우동전문점답게 다양한 우동메뉴가 있다. 그중에서 나는 ‘자작냉우동’을 먹어봤다. 육지에서 먹은 적이 있는 반숙 계란과 튀김이 올라오는 그 우동이었다.


두껍고 꼬들꼬들한 면, 자작자작 깔려있는 냉육수. 계란은 반숙. 반숙 계란을 반으로 갈라 흘러나오는 노른자와 함께 면을 비벼먹는다. 동네 중국집 냉우동과 자작냉우동의 현격한 차이. 난 주로 이런 우동을 먹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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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에 하나를 골라 보라고 하면 난 첫 번째 우동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다양한 장점만을 모은 제주식 냉우동을 어디 가서 또 먹어본단 말인가. 퓨전 오브 퓨전이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정통우동(?)도 포기할 순 없다. 사람은 익숙한 맛을 찾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역시 둘 다 있는 게 좋겠다.


제주엔 의외로 우동전문점이 별로 없다. 건면에 익숙한 그들이 생면 위주의 우동을 예부터 먹긴 힘들었을 것이다. 냉면보단 낫지만 그래도 우동면을 만든다는 것 역시 사치일 수 있다. 그래서 우동전문점은 여행자들이 늘고, 이주민이 늘어난 최근에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국수의 세계는 참 신비롭다. 누군가는 정통을 지키려 하고 누군가는 다른 음식과의 조합을 생각한다. 사실 이건 국수의 세계만 그런 건 아니다. 인류 문명이 그런 식으로 발전해왔다.


사람의 생을 인류문명의 축소판이라고 본다면 한 사람의 역사에도 정통과 퓨전이 어우러지며 발전할 것이다. 너무 정통만 고수하는 것도, 너무 퓨전만 고수하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닐지 모른다. 결국 하모니의 문제로 되돌아간다.


최초의 국수는 한 그릇에서 시작했지만 수천 년이 흐른 지금엔 엄청난 종류의 국수들이 탄생했다. 중국엔 국수 종류만 1,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아마 지금은 그 수가 더 늘었을 거다. 새로운 국수는 늘 탄생하고 있으니까. 정통과 퓨전을 적절히 활용하며 살아간다면 국수들처럼 풍성한 인생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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