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보호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 푸들 남아. 병원에서 심장사상충 주사를 맞고 하룻밤 우리 집에서 자게 되었다. 내일 동물보호센터에 가신다는 봉사자 분이 데려다주신다고.
이 아이에게도 사연이 있었다. 어떤 집에서 버려진 게 확실하단다. 녀석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고 고등학생 남자애가 녀석을 찾아왔더란다. 엄마가 녀석을 버렸다고, 자신이 찾아간다고.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보니 녀석이 맞더란다. 그래서 귀가시켰는데 엄마는 그런 개를 키운 적이 없다며... 그렇게 녀석은 보호센터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녀석을 안아 올렸을 때 어찌나 말랐는지 온 몸의 뼈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집에서 살았던 아이였던 게 맞는 것 같았다. 차도 잘 탔고, 집에 와서도 잘 짖지 않고 순했다. 우리 집엔 강아지가 무려 4마리나 있는데. 물론 주사를 맞았으니 힘이 들어 그랬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흘러 좀 나아졌는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도 공격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문 봉사자 팀장님께 아이의 이름을 물어보니 이름을 따로 지어줘도 좋겠다고 하여 제제맘은 '럭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 밥 먹고, 약 먹고, 간식 하나 추가로 먹고 있는 중
↓ 방석 하나 차지해서 자리 잡았다. 물론 나중에 뺏겼지만. ^^;
무슨 사연으로 있던 집에서 쫓겨났을까. 내가 앉아있으니 슬그머니 무릎 위로 올라온다. 그런 녀석을 보니 사랑을 받지 못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이럴 때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나왔던 것처럼 '꿈읽기'를 해보고 싶다. 소설에서의 맥락과는 다르지만 녀석들의 기억을 손끝으로 읽어내고 싶다.
제제맘이 지어준 '럭키'라는 이름처럼 심장사상충도 이겨내고 밥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서 럭키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개체관리번호 : 4009
수컷/2017년생/중성화X
제주동물보호센터에서 월화목금 14:00~16:00, 토요일은 11:00~12:00에 입양이 가능하며 신분증과 목줄을 지참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