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본격적으로 선사시대부터 공부하기 시작하기 전에 ‘뜬금없이’ 신성로마제국에 대해 조금 공부했었다. 《종횡무진 서양사》 1,2권을 두 번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게 바로 신성로마제국의 정체였기 때문이다. 이 녀석이 도대체 뭔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알 수 없던 그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붙잡았던 것이 바로 이 녀석이었다.
다 읽고 쓴 글은 이랬다.
"신성로마제국이 뭔지 대~~~ 충 알았다. 초간단하게 말하면 '명예욕’이다."
뭐래? 지금 다시 신성로마제국의 정체를 떠올려보니 절.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명예욕이 어쨌단 말이지? 젠장. 내 기억은 휘발성이니 기록할 땐 좀 더 구체적으로 해야겠다. 괜히 있어 보이려고 그러지 말고. 아무튼 그땐 쬐에~~끔 정체를 알았던 것 같은데 그를 글로 풀어낼 수 없었을게다.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건 소화가 됐다는 말이니까.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이제 뭘 공부해야 하지? 그래서일까? 공부 일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뭐랄까... 역사 공부에 흐름이 없다고나 할까? 갑자기 중세로 휙, 가서 '신성로마제국'라니. 그래서 다시 고민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다시 《종횡무진 서양사》를 꼼꼼하게 읽기로 했다. 원래 그러려고 했다.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짚고 넘어가는 방식을 채택한 거다."
시행착오가 있어야 내 공부법이 탄생한다. 그러니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고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나중에 생각나겠지. "내가 그때 웃기게도 신성로마제국을 팠단 말이지. 적어도 내게 있어 신성로마제국은 좌충우돌의 아이콘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