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를 공부하면서 한없이 빠져들었다. 말이 ‘역사’지 그것은 과학과도 통했다. 진화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없으니 인류가 진화했다는 것도 표면적으로만 이해가 될 뿐이었다. 결국 다윈의 ‘종의 기원’까지 읽어보게 되었다. 과학 젬병이라 청소년을 위한 책이었지만.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었음에 깜짝 놀랐고, 반대로 크로마뇽인이 호모 사피엔스임을 알고 또 놀랐다. 이렇게 무식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선사시대를 대충이라도 파악하는데 2달이 걸렸다. 정말이지 그때는 반 백수여서 거의 책만 읽었는데 말이다.
내 나름으로는 ‘슬로 리딩’이라 생각했다. 슬로 리딩이란 한 권의 책을 읽는데 그 속에서 나오는 의문점을 해결하며 느리게 읽는 독서법이다. 그저 본격적으로 세계사를 들어가기 전에 살펴보려고 했던 선사시대였는데 그 속에서 곁가지가 자꾸 쳐지면서 한도 끝도 없이 파고들기 전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 이러다 언제 세계사를 다 공부할꼬.
게다가 문제는 다 읽은 책도 많지 않다는 거다. 내가 궁금해하는 주제의 책이라 생각하고 도서관에서 빌리지만 생각보다 어렵거나 주제가 빗나가면 실망하며 책을 덮었다.
아마도 내 공부법이 없어서 그랬던 거 같다. 이른바 시행착오다. 딴에는 중고등학생 때 공부하고 대학도 갔으니 어째서 공부법을 모를까 싶었는데 없는데 당연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공부하는 법은 알지 못했으니까. 최소한 교과서라도 있었잖은가. 믿건 안 믿건 옳든 그르든 교과서 흐름대로만 달달 외우면 되지 않았던가.
이번엔 교과서도 없고 선생님도 없다. 내가 여러 책을 통해 알아서 파악해야 하는 거다. 그러니 좌충우돌할 수밖에. 솔직히 ‘역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역사 공부를 하겠다고 팔 걷어붙인 것부터가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슬로 리딩이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 개념은 맞을지 모르나 곁가지를 치며 뻗어나가는 방향이 잘못됐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느 선에서 끊어야 했다. 평생 선사시대만 파고들 순 없잖은가. 내가 선사시대 학자도 아니고.
어쨌든 2달 동안 읽은 책 중 내가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을 준 책들은 아래와 같다. 그리고 작은(?) 전자책도 출판했다.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 김영사 | 2015년 11월)
요리본능(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0월)
거대사(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김용우, 김서형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6월)
청소년을 위한 종의 기원(심원 지음, 찰스 다윈 원작 | 두리미디어 | 2010년 11월)
인류의 기원(이상희, 윤신영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9월)
식량의 세계사(톰 스탠디지 | 박중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2년 1월)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현실 세계 편(채사장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