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주한담

우도에서 걷기(2): 같은 꿈, 다른 방법

by 홍난영

우도 해안도로엔 인도가 없다. 작은 도로 위로 자동차, 스쿠터, 자전거, 그리고 사람이 함께 다녀야 한다. 심지어 우도의 핫스팟을 도는 미니버스와도 함께 다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고 나기 딱 좋은 구조다.


바다를 보며 우도 한 바퀴를 도는 건 대부분의 여행자들의 꿈이겠지만 방법은 서로 다르다. 서로 가장 최적화된 환경에서 여행을 하고 싶어 하지만 주어진 조건은 그렇지 못하다. 자유롭게 달리고 싶은 그들과 조용히 걷고 싶은 우리 사이엔 너무나 큰(?) 괴리감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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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피해 다니느라 여유가 사라질 지경이야.
나: 새벽에 와야 하나?
친구: 어떻게 새벽에 들어와? 배 시간이 있는데.
나: 첫 배가 8시니... 불가능하겠구나. 쩝. (속으로 생각한다) 걷기 위해 1박을 해야 하는 건가?


누가 누굴 탓하겠는가. 서로 조심하는 수밖에. 그럼에도 비키라고 빵빵거리는 걸 보면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물론 급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 내가 먼저 갈 테니 너 비켜,라는 식으로 빵빵거리면 기분이 나빠진다(소수이긴 하지만). 같은 꿈(?)을 꾸며 나아가는데 누가 누굴 앞설 권리가 있나.


앞으로도 계속 사람들은 우도로 여행을 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우도에 그만 가야 하나 싶다. 달리긴 좋을지 몰라도 걷기엔 좀 그렇다(사실 달리기도 그닥 좋은 환경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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